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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맨' 007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1면

북한을 무대로 한 007 제임스 본드의 새 영화가 세계 유명상품의 마케팅 각축장이 되고 있다.

포드자동차의 신형 스포츠카, 오메가 시계, 필립스 면도기, 샘소나이트 가방 등 본드 시리즈의 최신작에 '출연'을 약속 받았거나 희망하는 제품들이 줄을 잇고 있는 것.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본드 시리즈 중 가장 요란한 광고물로 평가받는 최신작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에서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샴페인서부터 세븐업까지 다양한 제품의 판촉원으로 나섰다고 보도했다.

FT는 내달 개봉예정인 이 영화에서 세계적인 기업들이 국제마케팅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본드 영화의 판촉 파트너로 점점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업체들은 포드자동차·소니·브리티시 에어웨이스(BA)·코닥·켄우드 등. 미국의 포드자동차는 본드의 전용차로 아스톤 마틴 스포츠카를 도입하도록 제작진을 설득해 독일의 BMW를 따돌렸다. 포드는 또 영화제작에 재규어와 선더버드도 제공하고 007브랜드를 붙여 판촉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가전회사 소니는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시청각 기기들에 자사 명칭을 달도록 했다.

BA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자사 항공기의 1등석이 비쳐지는 대가로 747제트기를 촬영용으로 제공했으며 전임 제임스 본드인 로저 무어의 딸이 BA의 스튜어디스로 등장한다. BA는 미국 내 광고에 "본드와 같이 비행하세요"란 문구를 판촉활동에 사용하고 처음으로 기내에서 007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필립스사는 본드의 화장실에 자사제품 전기면도기를 비치하고 그 대가로 자사고객들을 위한 개별상영 권한을 얻어냈다. 필립스사 관계자는 이는 앞으로의 대대적인 007마케팅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007매거진의 그레이엄 라이 발행인은 "정도를 지나쳤다. 모든 것이 마케팅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리의 제임스본드클럽 설립자 로랑 페리옷은 "영화가 이들 업체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제품이 등장인물보다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분석가들은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영화의 경우 제품 판촉은 비용보전을 위한 일반적인 수단이 돼왔으며 기업과의 협력과 판촉은 투자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합법적인 수단이라고 말했다. 또 런던의 미디어 전문가들은 협력기업들의 마케팅 활동이 영화판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골드먼삭스는 모든 비용을 제외하고 007영화 한편이 MGM사의 세전 순이익에 1억달러 이상을 기여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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