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e Start] 임대아파트 공부방 첫 리모델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9면

▶ '열린공부방'이 11일 서울 봉천본동 두산임대아파트 단지 내에 문을 열었다. 서울시는 연말까지 16개 지역 임대아파트 단지에 '어린이 공부방'을 확대, 설치할 계획이다.[오종택 기자]

"와, 넓다. 옥상에 놀이터도 있네. 이제 여기서 놀아도 돼요?"

11일 오후 3시 서울 봉천동 두산임대아파트 관리동 3층. 자신이 놀며 공부하던 공부방이 새로 꾸며졌다는 소식을 듣고 공부방을 찾은 박나리(9.가명)양은 연신 싱글벙글이다.

회벽칠을 한 2층 30평 공간 칸막이 한 켠에서 쪼그리고 책을 보던 곳이 아니었다. 3층 입주자대표 회의실을 개조해 만든 62평 규모의 새 공부방은 공부방.독서방.교사실은 물론 취사시설도 갖췄다. 녹색과 연녹색이 조화를 이룬 벽지는 아늑한 느낌을 주고 창문도 많아 환한 햇살이 들어온다. 무엇보다 인조잔디를 깔아놓은 옥상 놀이터가 눈길을 끈다.

주부 이모(46)씨는 "서민들일수록 아이 공부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워 학원에 못다니는 아이가 많은데 이제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형편이 어려운 서민층과 맞벌이 가정 어린이들의 쉼터와 배움터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열린 공부방' 1호가 이날 개소식을 열었다.

저소득층 어린이의 가난 대물림을 끊어주자는 본지 We Start 운동에 서울시가 동참을 선언하면서 처음 벌인 행사다.

4500만원을 들여 이곳을 리모델링한 서울도시개발공사(SH공사) 김승규 사장은 "SH공사가 서민층을 본격적으로 지원하는 첫 사업"이라며 "주민의 참여 열기가 가장 뜨거운 이곳에서 공부방 만들기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주민자치위원회 이순영(52.사업)대표는 "이곳을 임대해주면 연 2000만원의 수익이 생기지만 아이들 교육을 위해 주민 합의로 공부방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이 특히 기대하는 것은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게 될 16명의 서울대생. 이 대표는 "주민 대부분이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거나 과외시킬 형편이 못되는데 새 공부방에서 훌륭한 학생들이 공부를 가르쳐준다니 정말 고맙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사지연(21.생활과학대)씨는 "주변 다른 공부방과 비하면 시설이나 규모 면에서 부러울 정도"라며 "공부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창의력을 개발하고 다양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공부방 시설운영은 아파트 주민자치회가, 운영은 '관악구 주민연대 공부방 네트워크'가 맡는다. 서울시는 매달 200만원을 주민자치위원회에, 매달 50만원을 대학 동아리에 지원할 예정이다.

이날 개소식에는 이명박 서울시장, 김희철 관악구청장, 유기홍 의원(열린우리당) 등이 참석해 새로 만든 공부방을 꼼꼼히 둘러보았다.

이 시장은 "독서방을 둘러보니 책이 부족한데 우선 책부터 선물하겠다"며 "앞으로 꾸준히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부녀회 박선미(40)총무는 "운영이 잘 되어 공부방이 중간에 문닫는 일이 없도록 서울시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상연 기자, 이보미.홍수지 인턴기자 <choisy@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