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빈 장관 비리 의혹]거액 벌고 소득세 한푼 안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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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양빈 장관의 비리 의혹은 ▶기업·개인 차원의 탈세▶부동산 불법 개발▶회계장부·주가 조작 등 세가지로 압축된다.

◇탈세 의혹=楊장관이 대주주로 있는 어우야(歐亞)농업은 1998년부터 기업소득세(법인세)를 한푼도 내지 않았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주장이다.

중국이 외국기업과 농업 분야에 대한 특혜를 준다고 하지만 어우야의 순이익은 99년 7천3백40만위안에서 2000년 1억9천만위안, 지난해엔 5억2천만위안으로 해마다 두배 이상 늘었다. 당연히 세무당국의 주목대상이다.

농업관련 업체가 내는 영업세 격인 농업세도 논란거리다. 홍콩 언론은 "어우야 그룹의 농업세는 2000년 6천7백만위안에서 2001년 1백27만위안으로 격감했다"고 보도했다. 매출이 두배 가량 늘면서 세금은 거꾸로 52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楊장관 개인 차원에선 문제가 더 심각하다. 막대한 소득에도 불구하고 납세 실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7월 어우야 농업을 홍콩 증시에 상장시켜 막대한 돈을 벌었다. 액면가보다 75배나 높은 가격에 주식을 공모해 6억홍콩달러의 현찰을 확보했고, 당시 72%의 지분을 갖고 있던 楊회장은 돈방석에 올랐다.

◇부동산 불법개발 의혹=楊장관은 신의주 특구를 맡기 전까지 선양(瀋陽) 북서쪽에 건설하는 네덜란드촌(荷蘭村)에 전력을 기울였다. 네덜란드촌은 당초 60만평의 땅에 화훼단지와 온실·냉동창고 등을 지어 농업개발단지를 만들겠다고 허가받은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곧장 개발면적을 1백20만평으로 늘려 레저·아파트 단지를 추가하겠다고 계획을 바꿨다. 사실상 부동산 투기지만 명분은 '농업 종합 생태 관광기지' 건설이었다.

그는 선양시 정부로부터 60만평을 15억위안(약 2천2백억원)에 불하받았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하순 "네덜란드촌의 자산가치는 현재 60억위안이나 완공시 2백50억위안에 이를 것"이라고 장담했다. 엄청난 개발이익이 생긴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그는 국유지 불법 점유 의혹과 함께 고위층 부패 커넥션 의혹을 받았다. 홍콩 언론들은 지난해 7월 '양빈 실종설'이 나오자 "국유지 불법 점유 여부를 조사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회계조작 의혹=어우야 농업의 주가는 지난해 7월 1.48홍콩달러에 공모돼 지난 5월 최고 2.8홍콩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 주말 두번째 거래정지를 당하기 직전 마지막 거래가격은 0.38홍콩달러.

이 과정에서 지난 4월 어우야가 발표한 영업실적은 의혹투성이다. 재배기간이 긴 화훼산업의 특성상 3년 연속 매출이 두배씩 늘어날 수 없음에도 매출액은 6억7천만위안에서 11억위안으로 뛰어올랐다. 순이익 역시 1백73%나 급증했다. 홍콩 증권업계에선 "주가를 띄우기 위해 재고자산을 부풀렸거나 다른 편법을 썼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yas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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