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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들 "충청票 잡아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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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각 대선 주자 진영의 충청권 쟁탈전에 불이 붙었다.

한나라당에선 자민련과의 관계 설정 방안에 관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무소속 정몽준(鄭夢準)의원 측도 자민련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는 자민련과 거리를 두는 대신 충청 유권자들의 호감을 살 공약을 내놓았다. 각 진영은 충청 지역의 향배가 이번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한다.

◇"충청만 잡으면 완승"=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 진영은 충청 지역만 잡으면 완승한다고 본다. 영남이라는 강력한 지지 기반이 있고, 수도권의 득표력도 상당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오는 견해 가운데 하나가 자민련과 합당, 최소한 선거 공조를 하자는 주장이다. "정몽준 의원 측이 충청권을 잠식하고 있고, 자민련 의원들도 鄭의원에게 기울고 있으므로 JP(자민련 金鍾泌총재)와 연대하는 게 급선무"라는 논리다.

문제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자민련과의 합당이나 선거 공조가 효과적인 것은 틀림없다. 이런 차원에서 1997년의 'DJP(김대중-김종필)연합'처럼 'HCJP(이회창-김종필)연대'가 한나라당엔 결정적인 승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3金의 지역정치' 청산 원칙과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리를 노리다 명분을 놓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충청 표를 얻으려다 수도권과 젊은층 표를 잃는다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李후보가 3일 JP와 선거 공조 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필요할 때마다 자민련과 정책 공조를 해 왔으나 갑작스레 그보다 더한 관계를 맺는 것을 모색하기로 결정한 것은 없다"고 답변한 것도 이 때문이다. 李후보 주변에선 자민련 의원 개별 영입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JP를 그냥 두면 결정적인 순간에 정몽준 의원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있으므로 JP 운신의 폭을 제약하는 차원에서 자민련 의원 영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JP와 충청권 분리=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JP와 자민련을 '유신 잔당'이라고 지칭해 논란을 벌인 바 있다. 그러므로 연대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대신 盧후보 측은 '행정 수도 충청권 이전' 등의 공약으로 충청 민심을 잡으려 하고 있다. 분리 정책이다.

반면 이인제(李仁濟)의원을 중심으로 한 반노(反盧) 측과 통합 신당을 모색 중인 비노(非盧) 중도파는 JP와의 연대에 적극적이다.

李의원은 지난주 JP와 만나 '중부권 신당' 창당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李의원계 의원 5∼6명이 탈당한 뒤 자민련·이한동(李漢東)의원 등과 함께 신당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한화갑(韓和甲)대표는 지난달 17일 JP와의 비밀 회동에서 통합 신당을 만들자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비노·중도파가 결성한 '범여권 후보 단일화 추진 협의회'도 JP와 접촉 중이다. 이 모임의 한 핵심 의원은 최근 JP의 신당동 집을 수차례 찾아갔다. 그는 "자민련과 당대당 통합을 통해 반창비노(反昌非盧)연대를 만들자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바람몰이로 충청 석권"=鄭의원 측은 "충청권에서 鄭의원 지지가 상승세"라며 패권 싸움에 적극 뛰어들 자세다. 이런 가운데 鄭의원 자신은 "정치 혁명은 기술이 아니라 신념과 확신으로 되는 것"이라며 "현역 의원들과 뒷거래나 흥정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세 확산보다 지지율 상승으로 흐름을 잡겠다는 계산인 것 같다.

그러나 물밑으론 자민련과 JP를 한 묶음으로 자신의 신당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鄭의원의 한 측근은 "JP와 이회창 후보의 연대가 현실화할 경우 타격이 크므로 대비를 잘 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선거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상일 기자

le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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