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공작 배후 구속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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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검찰이 김대업(金大業)씨의 녹음테이프가 조작됐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한나라당은 총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특히 金씨의 배후를 가려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국의 흐름을 일거에 바꾸려 하고 있다.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2일 "병풍 공작을 공모, 자행한 김대업-천용택(千容宅·민주당 의원)-박영관(朴榮琯·서울지검 특수1부장) 사이의 삼각 커넥션을 밝히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당장 정치공작 3인방을 구속수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당직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민주당 한화갑(韓和甲)대표는 사과하고, 千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千의원이 과거 국방부장관 시절 병무 비리를 저지른 金씨를 면책해준 뒤 병풍에 활용해 왔다고 보고 있다. 朴부장검사는 金씨가 수감자 신분으로 병역 비리 수사를 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金씨가 서울구치소에서 1백49회나 출정했으며 골프사이트에 접속하는 등 컴퓨터를 마음대로 썼다고 주장한다.

한나라당은 韓대표, 신기남(辛基南)·박주선(朴柱宣)의원에 대해서도 공세를 펴고 있다. 辛의원은 허위 주장을 폈고, 朴의원은 청와대 법무비서관 시절 金씨의 면책을 보고받았다고 한나라당은 주장한다. 김정길(金正吉)법무부장관이나 김성재(金聖在)문화부장관도 각각 병풍 수사를 이끌거나, 병풍 의혹을 확산시켰다며 문책을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원희룡(元喜龍)의원은 "한 인터넷 매체의 편집장이 金씨를 千의원에게 연결하면서 병풍 공작을 제안했다"는 말도 했다. 한나라당은 이들 대부분을 명예훼손으로 고소·고발해놓은 만큼 강력한 법적 대응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한인옥씨,"가슴이 찢어졌다"=상황이 바뀌자 이회창(李會昌)대통령후보의 부인 한인옥(韓仁玉)씨도 입을 열었다. 韓씨는 국회의원·지구당위원장 부인 연수대회에서 "김대업이란 사람이 TV에 나와 말도 안되는 이상한 조작을 얘기해 가슴이 찢어졌고 막막한 심정이었다"며 "조작인 만큼 거론할 필요가 없다고들 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이 자리에 서고 보니 그간 서럽던 울분을 풀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또 "병풍을 겪으면서 다시 태어났다"며 "하늘이 두쪽 나도 대선에서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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