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女 응원 시선 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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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겼다, 이겼다, 우리 선수 이겼다."

1일 유도경기가 열린 부산 구덕체육관. 북한 선수가 중국 선수에게 역전 한판승을 거두자 북한의 '미녀 응원단'은 딱딱이를 치며 일제히 응원 구호를 외쳤다. 관중의 눈과 귀는 매트보다도 오히려 이들에게 쏠려 있다.

만경봉-92호를 타고온 북한 응원단이 화려한 복장과 다채로운 응원으로 부산아시안게임의 경기 현장을 휘젓고 있다. 이들의 폭발적 인기는 지난달 28일 북한팀의 축구경기가 열린 창원종합운동장에서 벌인 첫 응원 때부터 예고됐다. 취주악단의 '반갑습니다' '우리는 하나' '고향의 봄' 등의 연주를 배경으로 여성 응원단이 선보인 짝짝이·종이꽃, 다양한 박자의 응원박수 등은 남한 관중에게 색다른 문화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북한 응원단은 여성 취주악단 1백50명, 예술인 1백여명 등 2백8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취주악단은 북한에서 '음악계의 꽃'이라 불리는 인민보안성(한국의 경찰청) 소속 여성취주악단 단원이 중심이며, 예술인은 만수대예술단 등 여러 예술단체에서 선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응원단의 허정식씨는 "응원단원으로 온 사람들은 대부분 20세 전후로 청년동맹 소속 대학생과 청년예술 선전단원으로 여러 도에서 선발했다"고 밝혔다. 취주악단 트롬본 연주자 위명화양은 "18살이며 평양에 살고 있다"고 말하고 "이번 응원을 위해 1백여곡의 노래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부산 시민들은 북한 응원단이 부산아시안게임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남북 화해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며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통일아시아드시민연대 소속의 김혜정(반송동)씨는 "이들 덕분에 썰렁하던 아시안게임의 열기가 고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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