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학력평가 앞둔 초등생 3학년 소풍도 미루고 과외수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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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전시 O초등학교의 3학년생들은 요즘 수업시간마다 셈하기·쓰기 등 10∼15문제가 담긴 '쪽지시험'을 치른다. 성적이 부진한 학생은 방과 후 보충수업을 받고 재시험을 치른 뒤 집으로 돌아간다.

충북 청주시내 3개 초등학교는 가을 소풍을 연기했고, 이들 학교 앞 문방구에선 '기초학력평가 대비문제'란 예상문제집이 불티나게 팔린다.

전국 초등학교에 시험 열풍이 불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전국 초등학교 3학년생 70만명을 대상으로 오는 15일 치르는 '기초학력 진단평가'에 대비하는 움직임이다.

시험일이 다가오면서 일부 초등학교에선 1998년 이후 중단됐던 월말고사가 부활되고, 보습학원에 '시험 대비반'까지 생기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 시·도 교육청과 일선 초등학교들은 집중지도의 필요성이 있는 학습부진아를 가려내기 위한 시험이라는 교육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험이 학교 서열화의 잣대가 될 것으로 보고 어린이들을 시험경쟁에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대전시 Y초등학교의 경우 아예 전학년을 대상으로 한 월말고사를 부활시켰다. 부산시 S초등학교는 학생들에게 예상문제집에 나온 문제를 풀어오게 하고, 모의시험을 치른다.

청주시 A초등학교는 시험 전까지 문제집 두 권 이상을 풀어보라고 지시했으며, C초등학교는 3학년 교사들이 출제한 문제를 자습시간과 쉬는 시간에 풀도록 유도한다.

이같은 이상 열기는 학원으로 이어져 사교육을 부채질하고 있다. 대전시 동구 Y학원은 지난달 초등학고 3학년을 대상으로 과목별 특별강좌를 신설했고, E학원은 '시험대비반'을 운영하고 있다.

대전시 S초등학교 앞 H문방구 주인 朴모(40)씨는 "하루에 최소한 20여권은 팔린다"고 말했다. 부산의 학부모 金모(36·여)씨는 "아이들이 사실상 처음 치르는 시험이어서 석차에 신경이 쓰인다"며 "다니고 있는 예능 학원을 중단하고 학력평가 준비를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안남영·김방현 기자

annyoung@joongang.co.kr

<기초학력 진단평가>

초등학교 3학년 수준에서 필수적으로 성취해야 할 읽기·쓰기·셈하기 영역의 기초적인 내용을 평가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도입했다. 평가 결과는 영역별로 성취 기준의 도달 여부(도달 또는 미달)만 확인해 학교·학생에게 제공된다. 영역별 기초학력에 미달되는 학생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개인별 특성에 맞는 보충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별도로 지도한다. 평가 결과를 분석해 교육과정과 교수·학습방법 개선을 위한 자료로도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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