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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금융·재정 한손에 쥔 '개혁검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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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일본이 과연 구조조정의 칼을 뽑아드는가.

지난달 30일의 개각으로 금융상과 경제재정상을 겸임하게 된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51)의 개혁정책에 국제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가 개혁성향이 강한 그에게 거시경제와 금융정책을 모두 맡기는 승부수를 띄운 것은 더 이상 구조조정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총회에서 일본은 구조조정이 부진해 세계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국제적인 질타를 받았다.국내에서도 지난달 일본 정부가 발행한 10년 만기 국채 입찰에 사상 초유의 미달사태가 일어나는 등 금융시장에 심상찮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주가하락으로 대형은행들의 주식평가손은 반년새 3배 가까운 3조5천5백억엔으로 불었고 경기침체로 금융권의 요주의 이하 부실여신도 1백35조엔(총여신의 22%)에 달하고 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데도 일본 정부는 경제각료간에 의견이 안 맞아 시간만 질질 끌었다.

특히 전임 야나기사와 하쿠오(柳澤伯夫) 금융상은 공적자금 투입에 소극적이었다.

국민부담으로 쉽게 은행부실을 구제해줄 경우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는데다 경기침체로 추가부실이 생겨난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비해 '개혁검객'으로 불리는 다케나카는 신속한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과감한 구조조정을 주장했다. 다케나카는 지난달 말 고이즈미 총리에게 "나와 야나기사와 중 한 사람을 택하라"고 요구했고 고이즈미는 결국 개혁성향이 강한 다케나카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당분간 고통스럽더라도 금융과 실물부문의 부실을 동시에 제거하면 2004년부터 2%대의 안정성장 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다케나카는 금융 구조조정안을 이달중 고이즈미 총리에게 보고한 뒤 곧 집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은행과 재계에서는 경계론도 나오고 있다. 은행 경영진들에겐 공적자금 투입이 실직을 의미하고 허약한 기업들에는 부실정리가 곧 연쇄부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실채권의 76%가 자민당의 표밭인 부동산·건설·유통업에 집중돼 있어 정치권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구조조정에 '총론 찬성,각론 반대'의 일본식 악습이 재연될 우려도 있다.

美 하버드大 교수 출신

관가선 "이상론자"비판도

◇다케나카 누구인가=게이오(慶應)대 교수 시절부터 구조개혁을 주장해온 개혁파다. 지난해 4월 고이즈미 정권 출범 당시 경제재정상에 영입돼 '구조조정의 전도사' 역할을 해왔다. 그는 입각 초부터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채권을 털어내고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강경론을 펴왔다. 현실론에 기우는 여당·관료로부터는 '책상물림' '이상론자'라는 견제와 비판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이번 개각으로 구조조정의 전권을 위임 받아 부실채권 정리와 경기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할 입장이다.

일본에서 촌동네로 치는 와카야마(和歌山)현 출신이며 어릴 때부터 머리 좋은 소년으로 동네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히토쓰바시(一橋)대학을 나와 오사카대·미국 하버드대·게이오대 교수로 재직했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yh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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