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1일(한국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제34차 회의에서 ‘한국의 역사마을:하회와 양동’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확정했다. 지난해 조선왕릉 40기가 한꺼번에 등재된 데 이은 경사다. 이로써 한국은 열 번째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WHC는 “가옥과 정자·정사(精舍:학문과 휴식의 공간)·서원 등 전통 건축물의 조화와 배치 방법 및 주거문화가 조선시대의 사회 구조와 독특한 유교적 양반문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며 “오랜 세월 동안 온전하게 지속되고 있는 점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에 손색이 없다”고 밝혔다.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학술적·문화적 성과물, 공동체 놀이, 세시풍속 및 전통 관혼상제 등이 전승되는 점도 높게 평가했다.
세계문화유산에 새로 등재된 경주 양동마을(위)과 안동 하회마을(아래).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한옥과 초가가 주변의 자연 경관과 어우러져 아늑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나뭇가지처럼 큰 길에 작은 길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집과 집을 잇는다. [신동연 기자], [안동시 제공]
15~16세기에 지은 두 마을의 종가를 포함해 하회에 보물로 지정된 가옥이 2건, 양동에는 4건이 있다.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건축물도 하회 9건, 양동 12건으로 조선시대 건축사의 귀중한 자료다. 국보 132호 류성룡의 ‘징비록’(하회마을), 국보 283호인 금속활자본 ‘통감속편’(양동마을) 등 기록유산도 풍부하다. 족보, 마을의 재산과 관련된 문서, 각종 문집, 계약·소송 등에 대한 문서, 관혼상제 관련 문서와 간찰(편지) 등이 남아 있다. ‘하회별신굿탈놀이’(중요무형문화재 제69호) 등 무형유산도 예술적 가치가 높다.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하회마을에 방문해 한국식 생일상을 받으면서 세계인의 이목을 끈 바 있다.
◆‘보류’에서 ‘등재’로=당초 WHC의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두 마을에 대해 ‘보류(refer)’ 의견을 제출했다. 행정구역이 다른 두 마을을 통합 관리하는 체계가 없다는 점을 우려해서다. WHC는 통상 ICOMOS의 의견을 따른다. 그러나 문화재청과 경상북도가 4월 두 마을의 통합 관리체인 ‘역사마을보존협의회’를 구성함으로써 극적으로 등재를 성사시켰다. 문화재청은 “주민들이 대를 이어 삶을 영위하고 있는 살아있는 유산이 세계의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글=이경희 기자
사진=신동연 기자
◆세계유산=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가 1972년 채택한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에 따라 전 인류가 공동으로 보존하고 후세에 전수해야 할 탁월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 유산. 문화유산·자연유산·복합유산으로 구분된다. 전 세계적으로 890여 건의 세계유산이 등재됐으며, 제34차 회의에서 총 39건을 심사해 추가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한국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①석굴암·불국사(1995) ②해인사 장경판전(1995)
③종묘(1995) ④창덕궁(1997) ⑤수원 화성(1997)
⑥경주역사유적지구(2000)
⑦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2000)
⑧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2007)
⑨조선왕릉(2009)
⑩한국의 역사마을 - 하회와 양동(2010)
※괄호 안은 등재 연도, ⑧은 자연유산, 나머지는 문화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