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 정확한 정보전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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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5면

미국 초일류 병원의 모든 치료 과정은 환자의 충분한 이해와 협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훌륭한 치료효과는 '환자·보호자와 함께'할 때 극대화된다는 사실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진료현장에선 질병 극복에 대한 환자의 믿음과 노력이 놀라운 효과로 나타나는 일이 드물지 않다.

이런 환자의 투병의지는 의료진과 치료에 대한 신뢰에서 출발한다. 이를 위해 미국 병원에서는 병과 치료과정에 대해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는 것을 치료 시작보다 우선시한다.

하버드 대학 부속병원(브링엄 앤 우먼즈 병원)불임클리닉의 예를 보자. 초진을 받은 환자는 매달 한번씩 열리는 환자·보호자를 위한 설명회에 꼭 참석해야 한다. 이 수업을 들어야만 치료받을 자격이 생기는 셈이다. 미처 강좌 예약을 못했거나 사정상 참석하지 못하면 치료가 그만큼 늦어진다.

우리나라와 달리 전문가 상담료(professional fee)를 철저히 인정해주는 미국인지라 설명회 역시 유료(20만원 정도)로 운영된다. 대신 내용이 알차다. 의사와 전문간호사가 번갈아 강의하고 수시로 환자의 질문을 받는다. 환자들은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문제라도 주저 없이 당당하게 물어본다. 의료진도 환자가 이해했는지 확인할 때까지 자상하게 설명해 준다.

2∼3시간에 걸친 설명회가 끝나면 환자는 실험실 관람을 한다. 3년 불임 끝에 병원을 찾았다는 리즈(여)는 "앞으로 받을 검사나 시술에 대해 명확히 보고 알게 됨으로써 치료에 대한 불안감을 덜었다"고 말했다.

환자가 여기저기 눈치껏 의료진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해야 하는 우리나라 상황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환자 중심의 치료를 하는 미국 병원의 또 다른 특징은 환자를 종합관리(total care)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장기(臟器)이식 환자인 경우 병 치료를 시작했던 내과 의료진은 물론 이식수술과 관련된 외과 의료진, 환자의 정신적 충격을 감안한 정신과 상담, 긴 투병 후 사회 복귀를 도와주는 사회사업가 등이 환자를 중심으로 협동진료를 한다.

따라서 환자가 필요한 의료진을 알아보거나 찾아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병이 중하거나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질병을 앓는 환자는 이런 종합관리를 받는다.

이를 위해선 그 분야 전문 간호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전문간호사란 특정 분야에 대해 일정기간 교육을 받은 후 전문적인 간호를 담당하는 사람이다. 재진 환자의 경우 의사 진료 날짜가 돌아오기전에 해결하고 싶은 웬만한 궁금증이나 불편함을 전문간호사와 상담해 해결하는 경우도 많다.

황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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