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도 통하는 조상들의 태교음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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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2면

"자식이 단정하기를 원하면 잉어를, 슬기롭고 기운차기를 원하면 소의 콩팥·보리를, 총명하기를 원하면 해삼을 먹어라." 조선 정조 때의 문장가 사주당 李씨가 쓴 태교신기(胎敎新記)의 한 대목이다.

태교 금기식품에는 요즘 관점으로 봐도 합리적인 것이 많다.

강남 경희한방병원 이경섭 원장은 "유산을 일으킬 수 있는 율무를 먹지 말라고 했는데 율무 외에 우리가 흔히 건강식품으로 알고 있는 마른 생강·엿기름·계피 등도 유산을 일으킬 위험이 있으므로 임신 중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또 "어혈(瘀血:피멍)을 풀어주는 살구씨(행인)·모란 껍질(목단피)·복숭아씨(도인) 등과 광물 성분이 든 우황청심환 등도 임산부의 금기약물"이라고 설명했다.

조상들은 임신했다고 해서 평소 먹지 않던 것을 먹으면 탈이 나기 쉽다고 보았다.

분당차한방병원 김상우 부원장은 "태교 중엔 돼지고기 등 기름진 음식을 밥보다 적게 먹으라고 했는데 이는 기름진 음식을 즐겨 먹으면 임신 가려움증이나 부기가 생기기 쉽기 때문"이라며 "인삼은 몸을 덥게 하고 참외는 몸을 차게 하거나 구토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임산부에겐 좋지 않다"고 조언했다.

좋은 태교식품을 꼽아보자.

호두는 비타민·무기질이 풍부해 좋다. 대추를 즐겨먹으면 뱃속의 아이가 튼튼하게 자라고 임산부의 몸을 잘 보(補)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불안증이 있는 임산부는 대추차를 마시면 효과적이다.

임신 초기에 신 음식을 찾게 되는 것은 태아의 골격 형성에 필요한 칼슘의 흡수율을 높이기 위한 본능적인 욕구다.이때엔 칼슘의 흡수를 도와주는 구연산이 풍부하게 든 매실이 제격이다.

잉어는 질좋은 단백질·불포화지방(혈관건강에 좋은 지방)·칼슘·비타민 B1이 많이 들어있는데다 소화흡수도 잘돼 태교음식으로 인기가 높다.해삼엔 모체와 태아를 편안하게 해주는 콘드리아진 성분이 들어있어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

장닭·보리밥·잣·밤·밀감·산나물·미역·가물치(태아의 두뇌발육)·도라지·대구·쇠꼬리·쑥·시금치·호박·홍화·현미·흑염소·흑임자·홍합 등도 태아·산모에게 이로운 태교식품들이다.

강남 차병원 산부인과 박지현 교수는 임신 초기에 권하는 음식으로 ▶세포손상을 막고 혈액순환을 좋게 하는 비타민E가 풍부한 음식(현미·콩·참깨·상추·시금치·명란·참치·청어 등)과 ▶철분이 많이 든 식품(간·소라·굴·멸치·고등어·시금치 등)을 꼽았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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