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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은행들 강남권 지점장 여인천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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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우리은행은 지난달 지점장급 인사에서 서울 강남 압구정역 지점과 압구정동 지점에 나란히 여성인 김경자.김옥순씨를 지점장으로 발령했다. 부유층 밀집 지역인 현대아파트 단지 주변의 전략 점포 두 곳을 모두 여성에게 맡겼다.

이들 점포와 경쟁하는 국민은행의 압구정역.현대아파트 지점장도 모두 여성인 유선재.방혜숙씨다. 인근에 있는 제일은행과 한미은행 압구정동도 여성인 박정주.백종완씨가 지점장을 맡고 있다.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을 중심으로 반경 500m 이내에서만 여성 지점장 6명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들이 핵심 전략 지역인 서울 강남에 여성 지점장을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14명의 여성 지점장을 서울 강남과 분당 등 범 강남권에 발령냈다. 이 은행 지점장급 이상 여성간부 31명의 절반 정도가 범 강남권에 배치된 것이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12월 여성 지점장 25명(본점 근무자 제외) 중 12명을 강남에 배치했다. 국민은행은 56명의 지점장급 이상 여성 중 24명이, 제일은행은 13명 중 6명이 각각 강남 지역에서 활약하고 있다.

현재 국민.우리 등 7개 시중은행에서 서울 강남과 분당.일산 지역의 지점장을 맡고 있는 여성은 모두 65명. 지점장급 이상 여성 간부(173명)의 37.6%가 강남과 분당.일산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여성 지점장들이 범 강남권의 주된 사령탑으로 떠오른 것은 이 지역에 중.상류층이 거주하는 대형 아파트단지가 많고 주부들이 가계 결정권을 행사하는 비율이 높은 점이 고려된 때문이다. 가계대출이나 예금 등 소매금융 부문의 경쟁이 치열한 지역이어서 여성들이 두각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실적 평가에서 개포7단지와 잠원동 지점을 맡고 있는 신혜란.정현주 지점장이 소매금융부문 공동 1위를 차지했다. 분당 정자동과 인천 부평금호타운 등 아파트단지 인근 점포를 맡아온 신한은행 유희숙 지점장도 1999년부터 6년째 행내 전 부문을 통틀어 3위 이내의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은행 출신으로 첫 여성 임원이 된 국민은행 신대옥 강남지역 본부장은 "아파트촌에서는 주고객인 주부들에게 다가가기 쉽고 다양한 방식으로 신뢰를 유지할 수 있는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영업에 강점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임원.타부문까지 영역 확대=여성들의 도약은 금녀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던 임원과 기업금융.본부부서장 등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제일은행은 지난해 김선주 상무대우를 운영지원단장에 임명해 국내은행 출신 두 번째 여성 임원을 배출했다. 국내은행 출신 첫 여성 임원을 배출한 국민은행도 2003년까지 한 명에 불과했던 여성 본부부서장을 지난해 자산유동화.재무보고통제.고객만족팀장 등 3명으로 늘렸다. 우리은행 최정애.공옥례 지점장은 기업금융지점장을, 국민은행 박예선 센터장은 PB센터를 각각 맡고 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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