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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 본능 그들이 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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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5면

지난 9월 11일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 1백50여명의 보도진이 몰렸다. 10억원대 스포츠카 '코닉세그CC'를 구경하기 위해서다.

스웨덴 자동차회사 코닉세그가 만든 이 차는 8기통 엔진에 배기량 4천7백㏄로 아시아에서는 한국에 맨 먼저 선보였다. 최고속도가 시속 3백90㎞, 최대출력은 6천8백rpm에서 6백55마력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백㎞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5초, 시속 1백㎞에서 정지하는 데 32m만 있으면 된다.

문을 치켜 올렸다 닫는 갈매기 날개 모양의 문짝이 독특하다. 모든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지며 한해에 15대만 생산한다. 크리스찬 본 코닉세그 사장은 "올해 만드는 15대 가운데 한국에서 두대를 판매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수입 스포츠카가 한국 시장에 몰려오고 있다. 속도감을 만끽하려는 일부 젊은층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스포츠카.그러나 주 5일제 근무가 확산하는 것과 발맞춰 수입차 업체들이 앞다퉈 신제품을 들여오고 있다.

레저용 차량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고 수입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약해지는 게 유리한 여건이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20대 후반∼30대 초반의 구매력이 만만치 않은 것도 호재다.

코닉세그가 신차 발표회를 갖기에 하루 앞서 일본 도요타는 같은 장소에서 렉서스 SC430을 내놓았다. 이 차는 도요타가 만드는 유일한 스포츠카로 '렉서스의 보석'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4천3백㏄ 8기통에 최고속도 2백50㎞, 출력 2백85마력. 시속 1백㎞에 도달하는 시간이 6.4초다. 알루미늄 하드톱이 25초 만에 열리고 닫힌다. 가격은 1억7백80만원. 야스노 히데아키(安野秀昭) 한국도요타 사장은 "한달에 열 대는 팔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푸조는 오는 11월 5년 만에 다시 한국에 진출하면서 소형 스포츠카 206CC를 내놓는다.

1천6백㏄·1백10마력에 시속 1백㎞에 도달하는 시간은 8.2초다. 쿠페(2도어 4인승)이면서 16초 만에 강철 지붕이 열리고 닫히는 컨버터블이어서 사계절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최대의 강점은 2천9백70만원이라는 상대적으로 싼 가격이다. 수입차 가운데 가장 싼 폴크스바겐의 소형차 골프 2.0(3천1백50만원)보다 1백80만원,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컨버터블인 크라이슬러 세브링(4천40만원)보다 1천만원 이상 싸다.

전시장도 없고 광고도 하지 않았는데 지난 7월 중순부터 젊은층의 반응이 뜨겁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 만들어진 동호회 모임 '206CC'에는 6백여명의 회원이 가입했다. 50여명은 계약까지 했다. 푸조를 수입하는 한불모터스 송승철 사장은 "2천만원대에 고급 스포츠카를 장만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매력"이라고 말했다.

아우디는 12월 말 TT쿠페의 자동변속기 모델을 들여온다. 자동변속기에 익숙한 운전자들을 겨냥해 내놓는 것이다. 1천8백㏄로 가격은 5천1백만원이다. 수동변속기는 올 들어 8월 말까지 22대 팔렸다.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이탈리아 페라리와 마세라티가 올해 말 국내에 상륙할 것이라는 소문에 가슴 설레는 스포츠카 애호가들도 많다. 이들 회사는 올해 수입차 판매가 급증하자 국내 진출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 스포츠카로는 현대 투스카니가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티뷰론의 뒤를 이어 나온 투스카니는 올 들어 6천63대가 팔렸다. 2천㏄는 4기통 1백38마력이다.가격은 1천2백만∼2천3백만원이다.

김상우·강병철 기자

sw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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