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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의 세상 탐사] 선거 민심, 4대 강 민심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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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호 02면

선거는 상대적이다. 혼자만의 게임이 아니다. 스포츠와 같다. 월드컵의 상당수 골은 수비 실수로 만들어졌다. 완벽한 찬스로 득점한 경우보다 많다. 일대일 상황도 골키퍼 선방에 걸리면 소용없다. 평범한 슛이 헝클어진 상대편 수비를 뚫고 들어간다.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시대의 주역들은 선거 민심의 작동 묘미를 터득했다. 대부분 선거 승리는 상대방이 저지른 실수와 악재 덕분이다. 자기 실력으로 획득한 경우보다 많다. 악재는 오만과 독선에서 출발한다. 대중은 정치인의 으스댐과 오만을 체질적으로 역겨워한다. 그 순간 민심은 돌아선다. 겉으론 조용하지만 바닥에서 요동친다. 3김은 그런 흐름을 기회로 포착하는 본능적 안목을 가졌다. 그것으로 정치 9단의 평판을 확보했다.

7·28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이겼다. 상대편 패착으로 얻은 반사이익이다. 잘해서가 아니다. 민주당의 자세는 거만했고 공천은 안이했다. 정권 심판론은 지루할 정도였다. 6·2 지방선거 때 민주당은 한나라당 실책으로 승리했다. 당시 한나라당을 질타한 표심에는 서민적 경멸감이 배어 있었다. 이번에 복귀한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은 당 차원의 지원을 거절했다. 그는 절박했고 치열하게 뛰었다. 그런 모습은 다수 유권자에게 연민의 감정을 일으킨다. 동정심은 민심 유형에서 가장 파괴력이 높다.

두 달 사이에 여야 모두 천당과 지옥을 번갈아 겪었다. 민심은 변덕스럽다. 여론 이동의 진폭이 크다. 그러나 그 내면의 속성은 한결같다. 정치집단의 자만과 거드름을 견제하고 혼내 준다. 4대 강 사업이 혼선과 반발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반대 측은 그 사업을 이명박(MB) 정권의 독선, 소통 부재, 환경 파괴의 상징으로 비판한다. 4대 강은 전국적 국책사업이다. 거대한 사업의 동시 착공·추진은 독주의 인상을 주기 쉽다. 하지만 과거에 민심을 업고 국책사업을 밀고 간 사례가 있다. 박정희 시대의 새마을운동이다. 새마을의 농촌 개혁 모델은 지금 전 세계 후진국에 수출된다.

새마을은 마을 가꾸기 사업으로 시작했다. 1970년대 초반 배고픈 보릿고개 시절에도 환경단체는 있었다. 그들과 다수 야당 의원은 새마을에 냉담했다. 그리고 새마을이 정권 안보를 다지려는 의도를 담았다는 의심을 부풀렸다.

그 무렵 시멘트가 과잉 생산으로 넘쳐났다. 정부는 농촌에 시멘트 200부대씩 무상으로 나눠 줬다. 마을 길 확장, 다리 놓기. 공동 빨래터 공사에 쓰도록 했다. 1년 뒤 평가했다. 전체 3만4000개 마을 중 반쯤이 제대로 사용했다. 나머지는 시원치 않았다. 우수한 마을과 부진한 마을로 나눴다. 우수한 마을부터 예산을 대폭 지원했다. 그 마을은 빠르게 변모했다. 민심은 그때부터 미묘하게 짜여졌다. 부진한 마을의 분위기는 낙오의 불안감과 부러움이 교차했다. 주민들은 새마을에 부정적인 지역 유지와 정치인들을 원망했다. 그들은 훼방꾼으로 밀려났다. 인센티브와 대중의 집단 경쟁심리를 동원한 민심 관리는 주효했다. 새마을은 성공한다.

MB 정권은 그 사례를 4대 강 사업에 참고·적용해야 한다. 공사의 우선순위를 나눠야 한다. 김두관 경남·안희정 충남지사가 반대하는 낙동강·금강의 공사 속도를 늦춰야 한다. 대신 박준영 전남·김문수 경기지사의 영산강·한강에 예산을 집중 투입하는 것이다. 그곳 강부터 빨리 살려내면 된다. 수질 개선, 생태 복원에다 지역 발전의 실적을 실감나게 보여 줘야 한다. 그러면 그런 성취에 소외된 경남 쪽 낙동강과 금강 쪽의 민심은 급속히 달라질 것이다. 대중은 실질과 이득에 민감하다. 4대 강 반대의 동력은 그런 민심 앞에서 허물어진다. 지역별 차등 추진은 우회로가 아니다. 대중을 순차적으로 업고 가는 전략적 접근이다. 정치 지도자가 습득하기 힘든 기술은 민심의 관리와 활용이다. 그 역량은 국정 주도권을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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