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319수의 종국,그리고 해프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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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제10보

(218~250)=2대2 상황에서 벌어진 왕위전 최종국.그 길고도 진한 종반전이 드디어 끝나가고 있었다.238로 잡고 239로 패를 해소해 이제 끝내기 할 곳이 몇군데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후 흑이 A에 젖히자 李왕위는 팻감을 고려해 B에 먹여친 다음 C로 받았고 한시가 급한 李3단은 손을 빼고 다른 곳을 두어 다시 길고 긴 패싸움이 벌어졌다.

이 바람에 바둑은 근래 보기 드물게도 3백19수까지 진행됐고 기록자는 빈칸이 모라라 패싸움 내용을 기보용지 사방에 적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대국장에 들어가려고 문 앞에서 대기했던 사람들은 다시 30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했다.

두 기사가 계가를 마쳤을 때 또다시 묘한 장면이 일어났다.계가가 흑이 반면 5집을 남겨 덤을 제하고 1집반을 진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李왕위가 말했다."그렇다면 반집승부였단 말인가."

아까 언급한 좌하귀의 패에서 흑은 1집 이상 손해를 보았다. 그 손해만 없었다면 누가 이길지 모를 승부였다는 얘기다.

"그럴리 없다"고 프로기사 누군가 말했고 곧이어 인터넷 쪽에서 '백 3집반 승'이란 전갈이 왔다.흥분에 젖은 계가 중에 돌이 하나 밀려 3집반이 1집반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3집반이라 해도 그렇다.검토실의 일방적인 분위기를 떠올릴 때 생각보다 얼마나 미세한 승부인가.

李3단이 끝까지 저항하고 李왕위가 끝까지 허리띠를 조인 것은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223·226·231·234·237은 패때림)

박치문 전문기자

dar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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