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챔피언 되어 대학 가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남자 태어나다'는 순박한 코믹멜로물이다. 섬마을 소년 세명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마을 어른들이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다 권투를 배우게 한다는 도입부에서부터 관객들은 빙그레 미소를 짓게 된다. 여기에 곰보빵에 우유가 등장하는 빵집 데이트나 밤무대를 기웃거리는 장발머리 가수지망생 등 1980년대를 재현한 화면이 더해지면서 촌스럽지만 정겨운 느낌은 한층 강해진다.

대성(정준)과 만구(홍경인)·해삼(여현수)은 외딴 섬 마이도에서 태어나 자란 단짝 친구다. 대성은 집에 다니러온 여대생 사랑(김사랑)을 보고 첫눈에 짝사랑의 열병에 빠진다. 만구는 가수가 되고 싶어한다. 해삼은 대를 물려 고기잡이를 시키려는 아버지에게 반감을 갖고 있다.

이들에게 마을 어른들이 부여한 '임무'는 대학 가기. 갑자기 성적을 올릴 수 없으니 권투로 특기장학생이 돼야 한다. 세 소년들은 사랑과 노래·섬 탈출 등 각자의 목표를 새기면서 반드시 대학에 가겠다고 결심한다. 훈련을 위해 초빙된 전직 권투선수 왕코치(이원종)는 권투뿐 아니라 인생까지 가르쳐주는 진정한 선생님이 된다.

그러나 승부를 가르는 권투 시합이 결말에 버티고 있음에도 이 영화의 극적 긴장감은 그다지 크지 않다. 강한 복고풍 지향은 영화를 단조롭게 만들어 버리며 등장 인물들의 대사나 행동을 지나치게 전형적으로 보이게끔 한다. 가령 대성이 사랑에게 "네가 내 꿈이 돼준다면 난 뭐든지 할 수 있다"고 고백하는 장면은 80년대의 히트 영화 '공포의 외인구단'을 떠올리게 하며 공감보다는 실소를 자아낸다.

주인공들의 개성이 잘 부각되지 않는 점도 이 영화를 몸에는 좋지만 조미료를 죄다 빼 어딘지 심심한 음식으로 만드는 요소다. 더벅머리 장발에 "즈그 빤스 하나 관리 못하는 놈이 챔피언 벨트 차는 거 못봤다"며 익살을 떠는 왕코치 역의 이원종이 그나마 짭짤한 양념 역할을 하는 정도다. 10월 1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기선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