常時武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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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이 대량살상무기인 원자폭탄을 개발한 것은 1942년이었고 이 폭탄의 실험이 이뤄진 것은 45년 7월 16일이었다. 소련은 49년 9월 24일 자신들도 원자폭탄을 보유하고 있음을 발표했으며, 52년 10월 3일엔 영국이, 60년 2월 13일에는 프랑스가 원폭 실험에 성공해 원자폭탄은 강대국들의 신분을 상징하게 됐다.

이후 자위권 확보 등의 명목으로 각국의 원자폭탄 확보 경쟁이 격화됐고 중국·인도·남아공·파키스탄 등이 핵보유 국가의 반열에 들어섰다.

핵 보유 국가의 수적 증대와 함께 핵무기의 유지와 개량, 혹은 새로운 핵 관련 기술 확보를 이유로 주로 미국과 소련 등 핵보유국이 실시한 실험은 45년 이래 현재까지 2천여회 이상이나 된다.

하지만 핵실험은 엄청난 양의 방사능 오염을 불러와 환경재앙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국제적 압력도 실험 횟수의 증가와 함께 커져갔다.

63년 부분적 핵실험 금지조약(PTBT)이 채택됐지만 PTBT는 대기,우주와 수중에서의 핵실험만을 금지하고 있어 핵강대국들은 지하핵실험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의 압력도 점점 거세져 74년엔 지하핵실험의 범위가 TNT 1백50킬로톤(㏏) 이내로 제한되는 임계 핵실험 금지조약(TTBT)이 채택됐고, 96년 9월엔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이 체결됐다.

CTBT는 모든 핵무기 실험과 핵폭발을 중지시키고 있어 조약채택 때 인도와 파키스탄·이라크·북한 등은 핵강대국들의 핵기득권과 핵독점을 허용하는 조약이라며 반발했다.

또 미국 내 보수주의자를 비롯한 일부 지도층도 핵우위를 빼앗길 수 있다며 반대하는 한편 이 조약 아래에서도 소량의 플루토늄-239를 이용하는 임계치 이하의 실험은 허용된다고 주장한다. 현재 이런 핵실험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국가는 핵보유국 중에서도 극히 일부뿐이다.

핵 등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에 반대해 불량국가를 지목하고 선제공격 가능성도 흘리고 있는 미국은 이런 논리로 97년 7월 처음으로 임계치 이하 핵실험을 실행했다. 물론 국제 핵확산 반대단체들은 이런 핵실험도 CTBT 위반이라고 비난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 26일 미국은 조지 W 부시 취임 이래 여섯번째인 임계치 핵실험을 실시했다. 조지 부시를 일본 발음으로 음차할 경우 '常時武士'로 표기할 수 있는데 그는 과연 상시무사인가.

김석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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