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7돌]대선후보 4인 릴레이 인터뷰 결산-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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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앙일보는 창간 37주년을 맞아 대선후보 4인의 정책을 알아보기 위해 릴레이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내용은 각각 24일(한나라당 이회창 후보),25일(민주당 노무현 후보), 26일자(무소속 정몽준 후보)와 28일자(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에 보도됐다. 이들 후보가 나란히 언론의 검증대에 선 것은 처음이다. 후보들의 답변 내용을 보면 대체로 노선과 철학이 드러난다. 가장 진보적·친(親)노조적 입장을 보인 후보는 權후보였고, 그 다음이 盧후보였으며 李후보가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었다. 鄭후보는 다소 복합적 면모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후보들은 과거와는 달리 노선과 정책에서 수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중간층을 껴안으려는 대선득표전략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네 후보의 기업관을 알아보기 위해 "재벌규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李후보는 "경영 투명성 확보와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 확립과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억제 등을 제시했다.

李후보는 또 재벌규제의 핵심인 출자총액제한제에 대해 "종국엔 폐지돼야 한다"면서도 "건전한 경영의 투명성과 지배구조가 제대로 돼야 재벌규제 폐지 쪽으로 나갈 수 있다"며 당분간 유지할 뜻을 밝혔다.

盧후보는 "대기업이나 기업주에 대한 반감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대기업 경영의 폐해는 고쳐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출자총액제한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합리적인 제도가 아니기는 하지만, 선단식 경영·불공정거래 등의 문제가 해소되고 공정하고 투명한 견제장치와 시장감시가 갖춰지는 대로 폐지하겠다"는 말로 상당기간 규제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가장 친(親)기업적 자세를 보인 건 鄭의원이었다.

그는 "지난 10년간 기업경영 관행이 많이 바뀌었다"는 말로 시작해 소유와 경영의 사실상 분리, 대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 확대 등으로 "과거와 같이 재벌총수가 전횡하는 불투명 경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중견기업들이 30대 재벌에 들어가 규제받는 것이 두려워 더이상 규모를 키우려 하지 않는 난센스는 없어져야 한다"고 재벌규제 완화론을 강하게 피력했다.

대기업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건 權후보였다. 민노당의 후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현 정권이 재벌규제를 완화하고 있으나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며 "재벌기업과 나는 아무래도 불편한 관계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가 내세우는 것은 재벌해체다. 그는 그러면서도 "재벌총수가 전횡하는 황제식 경영시스템을 해체해야 한다는 것이지, 대기업을 해체하자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공무원 노조문제에 대해서는 權후보를 제외하고는 거의 비슷했다. 국제기준에 맞추어 공무원노조를 허용해야겠지만, 과격한 파업문화라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공무원 노조의 단체행동권 인정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얘기였다.다만, 盧후보의 경우 "시행시기를 2006년보다는 앞당길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權후보는 "공무원 노조에도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전부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체행동권의 경우 법으로는 보장하되 시행령 등으로 어느 정도 유보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는 있겠다"고 하면서 조심스런 접근을 했다.

노조의 경영참여에 관해 대부분의 후보는 '노조의 경영참여는 시기상조'라는 생각이었으나, 權후보는 "1천명 이상 기업의 잉여금으로 근로자의 주식 매입을 지원하게 해 근로자의 지분을 25%까지 늘려 근로자들이 경영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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