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미국·중국·일본과 ‘통’하려면 사회적 규칙 인맥 조직 뚫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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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미국·중국·일본의 비즈니스 행동법칙
캐멀 야마모토 지음
정영희 옮김, 옥당
239쪽, 1만2900원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이 집에서 파티 준비를 한다. 럼즈펠드와 콘돌리자 라이스의 도움을 받아 준비물 쇼핑 목록과 장소는 물론 쇼핑 코스와 요리 절차까지 모듈로 분해해 아랫사람들에게 빈틈 없이 일을 맡기고 각자 저마다의 일을 하게 하는 식이다.

덩샤오핑 전 중국 주석의 축하연 준비는 다르다. 역시 고용인들에게 쇼핑방법이나 요리 순서를 대강만 알려줍니다. 결과나 목적의식은 투철하지만 쇼핑 중에 예정에 없던 것을 사는 것도 허용된다. 이른바 ‘차부뚜어(差不多· 큰 차이없다)’ 방식인데 신통하게도 완성품은 상당히 훌륭하다. 고이즈미 전 일본총리가 저녁 초대를 한다면 또 다르다. 참석인원과 식사시간만 알려주면 실무자들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일을 분담한다. 이들은 서로 잘 아는 사이여서 준비 과정 중 수시로 연락하고 ‘조정’하면서 쇼핑팀이 요리팀을 돕는 등 협조한다.

외교관에서 컨설턴트로 변신해 미국과 중국에서도 근무한 지은이는 현장경험을 살려 미· 중· 일의 비즈니스 마인드를 비교했는데 상당히 재미있고 설득력이 있다. 이를테면 정상들의 예를 들어 각국의 업무 스타일 차이를 설명한 것도 그 예다.

지은이는 기업조직의 기본행동 원칙을 미국은 ‘기준 설정력’, 중국은 ‘관계구성력’, 일본은 ‘보편 우선력’으로 요약한다. ‘기준 설정력’이란 규칙의 힘을 믿고, 이를 중시하는 태도란다. 사회적 합의에 따라 규칙이 만들어지면 이를 철저히 지킨다. 학력이나 집안보다 개인 능력을 중시하는 능력주의가 뿌리내린 것도 이 때문이란다. 중국인은 국가를 믿지 못하는 만큼 인맥을 형성하고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둔다. ‘취엔즈(圈子)’라 불리는 지인 그룹이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지에 따라 인생이 풀리기도 하고 꼬이기도 하는 탓이다. 일본은 자신이 속한 ‘장소’의 보편적 정서에 따라 행동한다. 처한 장소에 따라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 금방 알아채고 이에 맞춘다. 여기서 ‘장소’란 공간 개념이 아니라 회사나 학교, 동아리 등을 뜻한다. 따라서 처음 사람을 대면해도 ‘파나소닉 사원’ 혹은 ‘혼다 사람’하는 타이틀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

이른바 글로벌 시대다. 각국의 문화 차이를 알수록 생존력은 높아진다. 그럴 때 유용한 책이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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