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아침책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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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원망으로써 원망을 갚으면 끝내 원망은 쉬지 않는다. 오직 참음을 통해 원망은 쉬나니, 이 법은 영원히 변치 않는다.'법구경(法句經)'(부처님 말씀, 김달진 옮김, 현암사)

'원망'을 '원수'로 바꾸어 놓으면,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 됩니다. 사극에 나오는 스님들이 늘 하시는 말씀. 그런데 이 맹물 같은 말 한마디가 저에게는 '영원히 변치 않는 법'입니다, 진리의 다른 이름입니다, 아메리카여. 사랑하는 마음도 갖지 말자, 미워하는 마음도 갖지 말자… 이렇게 시작되는 유행가가 있습니다. 어떤 신문의 칼럼니스트가, 그럼 어쩌자는 것인가, 요즘 애들 사고방식, 어쩌면 이렇게 안일할 수 있어, 하고 이 노래를 질타하더군요. 노랫말이 '법구경' 말씀인 줄 모르고 말이지요. '목적 독서'는 정보 사냥의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안됩니다, 독자들이여. 법(法)도 좀 구경하셔야지요.

이윤기<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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