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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주 특구] "上海처럼 개벽할 겁네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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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의주요. 조금만 지나면 중국 상하이(上海)처럼 천지개벽할 겁네다."

지난 24일 중국 단둥(丹東)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를 통해 중국산 채소를 팔고 돌아온 중국동포 김영학(金榮學·41)씨는 신의주 주민들에게서 들은 얘기를 이렇게 전했다.

金씨는 "신의주 주민들은 경제특구 방침을 중국동포나 화교(華僑) 등을 통해 듣고 기쁜 마음으로 신의주가 어떤 식으로 바뀔 것인가에 기대감으로 가득차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중조우의교를 건너면 바로 보이는 신의주 세관 주변과 세관에서 4백여m 떨어진 십자거리로 불리는 중심가는 막연하나마 특구에 대한 '장밋빛 희망'에 젖은 주민들의 활기찬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고 金씨는 귀띔했다.

신의주는 현재 북·중(北中)합작회사 20여곳이 경제특구 발표 이전부터 진출해 있다. 이들 합작회사는 주로 비누·신발 등 경공업 제품을 생산하며 북한 주민들은 이들 공장에서 일하면서 생계를 꾸리고 있다.

중심가는 식당·의류·생필품 가게들이 띄엄띄엄 있으며 지난 7월 경제관리 개선조치 이후 활기를 띠고 있다고 신의주 방문자들이 전했다.

신의주는 시내 중심가를 제외하고 도로 사정이 열악한 편이다. 북한 제2의 도시에 걸맞지 않게 신의주에서 평양으로 가는 진입로 주변은 특히 심하다.

한 주에 한 번 정도 신의주를 찾는 보따리장수 김화(金花·29·여)씨는 "신의주가 경제특구로 성공하려면 중국처럼 우선 도로를 먼저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金씨는 "이달 초 선양(瀋陽)∼단둥간 고속도로가 새로 건설돼 과거보다 두 시간이 단축된 것처럼 신의주의 성공 여부는 도로 건설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신의주 특별행정구 기본법이 발표된 이후 신의주 주민들은 중국동포·화교를 통해 중국의 개혁·개방 과정을 들으려고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金씨는 "신의주에서 만나는 거래처 사람들은 중국 어우야 그룹 양빈(楊斌)회장이 행정장관으로 내정된 만큼 중국식 모델이 신의주에 접목될 것으로 보고 자본주의 방식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신의주 경제특구 발표 이후 중국 단둥도 들떠 있기는 마찬가지다. 며칠새 단둥·신의주에 투자하겠다는 문의가 단둥 거주 상인들에게 쇄도하고 있다.

10년째 신의주와 농수산물을 거래하는 중국동포 최성주(崔成珠·40)씨는 "어제만 해도 중국 곳곳의 친구들에게서 10여건의 문의전화를 받았다"며 즐거워했다.

崔씨는 "신의주는 화훼 산업으로 성공한 楊회장의 과거 경험을 비춰보면 먼저 농업부문의 개혁을 시작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신의주 경제특구에 대한 들뜬 분위기와 함께 楊회장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이들은 楊회장이 선양에 60만㎡(약 18만여평) 규모의 네덜란드촌(荷蘭村)을 당초 화훼단지로 개발하기로 했다가 일부를 아파트촌으로 변경한 것을 꼬집고 있다.

또 홍콩 분석가들로부터 '기업 내용이 불투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실제 증시에서 자금조달이 신통치 않을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단둥에는 신의주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나돌고 있다.

단둥에서

ssk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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