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총재 "금리 인상외 방법 없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박승(朴昇·사진)한국은행 총재는 24일 "금리를 올리는 것 말고는 지금의 과잉 유동성을 흡수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朴총재는 이날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이 부동산투기를 억제할 통화흡수 방안을 묻자, "은행에 대한 총액한도대출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콜금리를 묶어두는 상황에선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朴총재는 "금리가 싸다 보니 가계대출이 계속 불어나고 있다"며 "금리를 안 올리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 상황에선 경제성장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물가와 국제수지를 안정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朴총재는 밝혔다. 그는 의원들이 "진작 금리를 올렸어야 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하자, "금리를 미리 올렸으면 (부동산시장)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다"고 말해 금리인상의 실기(失機)를 인정했다.

정부 당국자들의 잇따른 금리 관련 발언에 대해 朴총재는 "한은은 행동으로 보일 것"이라고 밝혀 정부 의도에 개의치 않고 금리를 결정해 나갈 뜻임을 분명히했다.

다만 그는 "금리 인상의 시점은 국제금융시장과 국내 증시 상황 등을 잘 살펴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 등으로 국내외 경제상황이 악화될 경우 금리인상 시기를 늦출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통화위원회의 독립성 문제에 대한 질문에 朴총재는 "6명의 금통위원 중 한은 총재 추천 1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5명은 정부가 추천하는 게 관행이었다"고 답해 금통위 구성에 불만을 표시했다.

김광기 기자

kikw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