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씩씩한 지소연, 웃을 일만 남았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밝고 명랑하게, 그리고 우직하게 축구에 매진한 지소연(19·한양여대·사진)에게 희망의 문이 활짝 열렸다.

◆어려움 속 꽃핀 축구 열정=지소연의 어머니 김애리(43)씨는 2002년 자궁암 판정을 받았다. 부부가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빠듯한 살림이라 김씨는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수술을 했다. 김씨는 암 수술 이후에도 난소 종양, 내장협착증 등을 앓았다. 형편이 어려워지자 부부간 싸움이 잦아졌고 결국 갈라섰다.

김씨가 약한 몸을 이끌고 할 수 있는 건 봉제공장 바느질밖에 없었다. 여기에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나오는 정부 보조금 30만원이 소연이네 소득의 전부다. 반지하 셋방을 전전하던 소연이네는 올해 서울 동대문구에 60㎡(약 18평)짜리 연립주택 입성에 성공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임대주택이다. 지소연은 입버릇처럼 얘기한다. “엄마, 내가 꼭 찜질방이 딸린 집을 사줄 거야.” 그래도 지소연은 밝다. 그리고 먼저 베푼다. 한양여대 이상엽 감독은 “빵 사먹으라고 용돈을 주면 팀 선수들을 우르르 데리고 나가 함께 주전부리를 한다. 춤도 어찌나 잘 추는지, 팀 내 인기가 최고”라고 귀띔했다.

◆연봉 1억, 꿈이 아니네=지소연이 U-20 여자 월드컵에서 맹활약하자 미국·독일의 프로팀들이 지소연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독일의 한 팀은 “연봉 1억원에 집과 차량을 제공하겠다”며 지소연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의 보스턴 브레이커스는 지소연의 어머니에게 직접 연락을 해왔다.

지소연은 ‘국민 여동생’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회 전 “노트북 컴퓨터를 갖고 싶다”고 했다는 얘기가 알려지자 한양여대 유길동 총장은 “노트북을 마련해 주고 금일봉도 준비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삼성전자 이인용 부사장은 지소연의 어머니에게 노트북 컴퓨터와 휴대전화 갤럭시S를 남몰래 보냈다.

온누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