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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월드컵] 결승 문턱서 … ‘게르만 파워’에 속수무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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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한국의 김혜리(오른쪽)가 4강전에서 독일의 골잡이 알렉산드라 포프와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보훔 AP=연합뉴스]

세계 정상을 노렸던 태극낭자들의 꿈은 결승 문턱에서 아쉽게 멈춰 섰다. 하지만 ‘지메시’ 지소연(19·한양여대)의 발 재간과 골 결정력은 ‘게르만 전차’ 독일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겼다.

최인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9일(한국시간) 독일 보훔 레비어파워 경기장에서 열린 2010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여자월드컵 준결승전에서 개최국 독일에 1-5로 대패했다.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대회와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이어 세 번째로 FIFA 주관 대회 4강에 올랐던 태극낭자들은 첫 결승 진출의 역사에 도전했지만 ‘사실상의 결승전’이었던 독일전은 쉽지 않은 벽이었다.

한국 특유의 조직력과 빠른 패스는 평균 10㎝ 이상 큰 체격과 힘 좋은 독일을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내주며 조직이 흔들린 것이 패인이었다. 한국은 전반 13분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 때 골 지역 오른쪽으로 파고들던 후트에게 왼발 가위차기슛으로 선제골을 허용했다. 이어 전반 26분 쿨리히에게 20m 오른발 중거리 골을 내주며 고전했다. 전반 27분 이현영과 전반 42분 지소연이 골 지역 안에서 명백한 파울을 당했지만 페루 출신 실비아 레예스 주심은 페널티킥을 불지 않았다.

전반을 0-2로 마친 한국은 후반 초반 만회골을 노리다 역습을 허용하며 잇따라 골을 내줬다. 후반 5분 포프에게 세 번째 골을 내준 데 이어 3분 후 쿨리히에게 다시 중거리 골을 허용하며 0-4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한국은 포기하지 않았다. 지소연은 후반 19분 마치 메시처럼 페널티 지역 중앙에서 세 명의 독일 수비수를 차례로 제치고 골문 앞까지 파고들었다. 독일 골키퍼 슐트가 덮쳐 들었지만 지소연은 영리한 오른발 슛으로 그의 왼쪽 겨드랑이 사이를 관통하는 만회골을 뽑아냈다. 이번 대회 개인 7호 골이었다. 하지만 후반 22분 수비수 정영아가 어이없이 볼을 손으로 잡아 내준 페널티킥을 포프가 왼발로 차 넣으며 경기는 1-5로 끝났다. 두 골을 추가하며 이번 대회 9골을 터트린 포프는 유력한 골든슈(득점왕)·골든볼(최우수선수) 후보로 올라섰다.

이날 비록 대패했지만 독일에서 보여준 한국 여자 축구의 힘은 언제든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했다. 안익수 전 여자대표팀 감독(현 FC 서울 코치)은 “크게 졌지만 기술적으로 공격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인상적이었다”고 칭찬했다. 한국은 나이지리아-콜롬비아전 패자와 다음 달 1일 오후 7시 빌레펠트에서 3·4위전을 치른다.

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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