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서울대리점 국승현 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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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7면

현대자동차 서울판매대리점 국승현(48·사진)소장은 영업사원들 사이에서 신화적인 인물이다. 일선에서 활약하던 1979년부터 98년까지 19년 동안 그는 5천3백62대의 자동차를 팔았다. 1년에 2백80대 꼴이다. 보통 영업사원 한명이 연간 60대 정도 판매하는 것을 생각하면 깨어지기 힘든 기록이다.

鞠소장은 지난 8월 초 경기도 고양의 현대차 연수원에 세워진 '판매인 명예의 전당'에 유일하게 '명인'으로 헌액됐다."군을 제대한 후 식품회사 관리직으로 근무했는데 고졸이어서 월급이 대졸자의 절반(7만5천원)에 불과했죠.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는 길을 가기 위해 직업을 바꿨습니다."

鞠소장의 '판매 인생'이 처음부터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 입사 후 3∼4년 동안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5년이 지나면서 탄탄대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동대문 시장을 집중 공략한 효과가 나타나면서부터다. 그는 시장 내에서 '말빨'이 있는 상인의 고향과 학력 등을 파악해 유대를 맺었다. 하루 여덟 군데의 예식장을 뛰어다니기도 했다. "결혼식이 비슷한 시간에 열려 직접 갈 수 없을 때는 아내나 친척을 대신 보내 축의금을 전달했습니다. 방명록에 제 이름을 크게 쓰고 오라고 특별히 부탁했죠." 88∼95년에는 한해 4백대를 판매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했다. 당시 연봉이 1억원을 넘었다. 이것이 계기가 돼 현대차 사원모집 광고 모델로 등장하기도 했다. 광고 문구는 '사장님보다 사원의 월급이 많습니다'.

"한번 섭섭한 생각을 가진 고객은 10년이 지나도 마음을 돌리기 어렵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한번도 휴가를 간 적이 없다. 연락이 왔을 때 즉시 달려가지 않으면 고객을 놓친다는 염려 때문. 98년 6월 현대차를 퇴사, 독립 점포를 운영하는 사장님이 된 뒤에도 휴가를 못가기는 마찬가지다. 남편과 아빠를 이해해주는 가족에게 고마울 뿐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지금도 5천명의 고객 명단을 관리하고 있다.

신차와 함께 중고차를 팔고, 정비도 할 수 있는 '자동차 백화점'을 운영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김상우 기자 sw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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