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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제국이 쓴 세계사 『集史』 베일 벗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13∼14세기에 쓰여진 '최초의 세계사'로 평가받는 『집사(集史)』를 통해 역사를 보는 다양한 관점과 균형잡힌 시각을 얻었으면 합니다."

중앙아시아 역사의 손꼽히는 전문가 김호동(47·서울대 동양사·사진)교수가 세계에선 세번째이자 아시아에선 최초로 『집사』의 완역에 나선다. 최근 『집사』의 첫째권 『부족지』(사계절 출판사)를 상세한 주석과 함께 완역해낸 김교수는 우선 "『집사』는 칭기즈칸의 몽골제국 시대에 쓰인 역사책이다. 하지만 '역사를 모았다'(集史)는 제목처럼 이 책에는 몽골 이외에도 중국·인도·아랍·쿠르크·유럽 등 여러 민족의 역사까지도 집대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 책에서 가장 비중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몽골의 역사다. 하지만 중세 이슬람권의 역사를 다룬 대표적 고전으로도 통한다. 『집사』가 '최초의 세계사'로 평가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책의 중요성은 무엇보다 중국 한족(漢族)중심으로 동아시아 역사를 보는 관점과는 다른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에 있다. 이와 관련, 김교수는 "중국의 역사책에는 몽골이 세운 원나라를 중국사의 한 왕조로 묘사하면서 몽골인들을 중국의 한족에 동화시켰다고 표현하고 있는 반면 『집사』에는 원나라가 중국의 왕조가 아니라 세계의 제국으로서 중국을 지배하는 것으로 서술돼 있다"고 지적했다.

『집사』에는 고려에 관한 부분은 원나라의 주변국 수준에서 간략하게 언급하고 있다고 한다.

페르시아어로 쓰인 『집사』는 이슬람권에 대한 관심 부족으로 그간 몇몇 연구자들 외에는 주목해 오지 않았다. 이란어·몽골어·위구르어·터키어 등 10개국어에 능통한 김교수는 미국 하버드대학 유학시절 이란어를 배우면서 처음 『집사』를 접했다고 한다. 이번에 펴낸 1권에 이어 2권 『칭기즈칸의 역사』, 3권 『칭기즈칸의 후계자들』을 5년 내에 완역할 예정이다.

번역서로는 1858년 러시아에서 나온 것이 처음이다. 두번째로는 미국에서 1998년에 영역본이 나왔다. 『집사』를 쓴 라시드 앗 딘(?∼1319)은 이란 출신으로 몽골 제국의 최고직인 재상에 까지 올랐던 인물이다.

배영대 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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