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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에게 경영 맡겨, 말아 딸富者 오너들 두 마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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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2면

딸 부잣집 기업 회장들의 경영 승계가 이채롭다. 사위 사랑이 경영권 승계로 이어지는 그룹이 있는가 하면 사위는 회사 근처에도 못 오게 하는 회장도 많다.

코오롱 그룹 이동찬(80) 명예회장은 슬하에 1남5녀를 뒀다.李명예회장은 '사위의 경영참여 불가론자'로 유명하다.李명예회장의 외아들인 이웅열(46) 코오롱 그룹 회장은 이같은 李명예회장의 경영철학에 따라 어릴때 부터 경영승계 교육을 받았다.누나·여동생들과는 가족 관계 이외에 사업을 놓고 상의하는 일도 없었다고 한다.李회장은 평소 "아들이 나 밖에 없어 회장이 됐고 누나·여동생은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 들였다"고 말했다.이때문에 李명예회장은 의사·교수 등 전문직을 갖고 있는 사위를 골랐다.

李명예회장은 매일 서울 무교동 옛 코오롱 사옥 꼭대기층에 출근하며 사위들이 회사 근처에 오는지 감시하고 있다고 한다.

코오롱 창업주인 故 이원만 회장도 2남3녀를 뒀다.역시 사위는 경영 일선에 참가하지 못하게 했다.

이유는 딱 한가지.사위들이 경영에 참여하게 되면 경영에 일관성이 흐려지고 사내 파벌이 조성돼 사내 인화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

한국야쿠르트 윤덕병(75) 회장의 자녀도 1남5녀다.막내 외아들인 윤호중(31) 전무가 현재 경영 승계 수업을 받고 있다.尹회장도 사위들은 회사 경영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야쿠르트 32년 역사 동안 전문경영인 체제로 남은 것은 尹회장께서 아들을 늦게 본 것도 한 이유"라고 말했다.

LG그룹도 철저한 아들 중심의 장자 경영 승계가 원칙이다.

창업주인 故 구인회 회장도 6남4녀를 뒀다.하지만 사위의 경영참가는 이재연 전 엘지카드 사장이 유일하다.이후 사위들의 경영 참여를 찾아보기 어렵다.

고합그룹(지금은 공중분해) 장치혁 전 회장도 딸만 둘이다.張회장은 고합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전에 "유한양행 유일한 박사처럼 재단을 만들어 재산을 사회에 환원,가족 경영을 벗어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딸이나 사위가 경영에 참여해 승승장구하는 기업도 적잖다.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은 딸만 둘을 뒀다.큰 사위인 현재현(53)씨가 현재 동양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부인인 이혜경(50)씨는 대주주이지만 1남3녀를 키우며 경영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다.

능력이 있다면 사위의 경영참여도 큰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둘째 사위인 담철곤(47)씨는 지난해 동양제과를 중심으로 동양그룹에서 분가,오리온 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譚회장의 부인 이화경(46)씨는 동양제과 사장을 맡아 경영 일선에서 뛰고 있다.

장녀가 평범한 주부 역할에 만족한데 비해 차녀인 李사장은 남편 못지않게 경영 능력이 출중해 외식·영화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李사장은 어렸을 때부터 적극적인 성격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특히 결혼전에 화교인 譚회장에게 첫눈에 반해 미국까지 그를 따라가며 사랑을 쟁취한 것도 그의 적극적인 성격을 나타내는 일화다.

玄회장이 부산지검 검사로 있던 80년대 초반 李회장이 "회사경영에 힘이 돼 줬으면 좋겠다"고 간곡히 부탁,이후 검사를 그만두고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나 경영자로 변신했다.89년 10월 李회장이 작고했고 두달 뒤 玄회장은 동양그룹 회장에 취임,재계 처음으로 사위 회장이 됐다.이후 동양그룹은 금융 등으로 사세를 확장,재계에서는 성공적인 경영 승계로 평가 받고 있다.

현대차 그룹 정몽구 회장(1남3녀)은 사위 2명을 경영에 참여시키고 있다.

큰 사위는 대전에서 병원을 하고 있고 둘째 사위인 정태영(42)씨가 기아차 구매담당 전무로 활발하게 경영에 참가하고 있다.鄭전무는 종로학원 원장의 장남이다.

세째 사위는 현대하이스코 신성재(34) 전무다.외아들인 정의선(32)전무는 사위 못지 않게 고속 승진,구매담당을 거쳐 현재 기획·국내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鄭회장의 사위 사랑은 남다르다.올해 민속의날 서울 양재동 현대차 신사옥에서 현대차·기아차·로뎀 임원급 이상 3백여명을 불러 피로연을 열었다.이자리에서 鄭회장은 "사위들이 경영에서 찰 하고 있다"며 "임원들이 사위와 아들을 잘 도와 수출을 많이 할수 있게 해달라"고 당부했을 정도다.

현대차 관계자는 "鄭회장이 소위 '왕자의 난'이후 사위들에 대한 신뢰가 커졌다"며 "사위들이 구매 등 중요한 분야를 직접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창업주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카리스마적인 경영스타일을 구사하며 철저히 아들 중심 경영을 했다.사위의 경영 참가를 허용하지 않았다.

삼성그룹 이건희(61) 회장은 1남3녀를 뒀다.3녀중 둘이 출가했는데 둘째딸 서현씨의 남편이 제일기획 김재열 상무로 경영에 참가하고 있다.

서현씨는 현재 제일모직 부장으로 큰딸 부진씨는 신라호텔 부장으로 각각 근무하고 있다.

비비안(여성속옷 업체)의 남상수 회장(77)도 1남7녀를 뒀다.

사위 가운데 큰 사위인 문희정(49세)씨가 97년부터 속옷 수출회사인 남영산업의 사장을 맡고 있다.둘째 사위 강석영(44세)씨는 계열사인 남영가공 사장이다.외아들 남석우(30)부회장이 현재 비비안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대상그룹 임창욱(53) 명예회장도 딸만 둘이다.지난해 7월 임 명예회장은 자신의 대상 지분 대부분을 두 자녀에게 증여했다.이건희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상무의 부인이기도 한 장녀 세령씨에게 3백만주,차녀 상민씨에게 5백만주를 증여했다.차녀의 지분율이 14.42%로 장녀(9.68%)보다 높아졌다. 대상 그룹 관계자는 "명예회장께서 전문경영인 체계를 확립해 아직까지 경영 승계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tj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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