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왕위의 비밀병기 76 씌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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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제4보 (73~86)=백의 걸침에서 숨겨진 발톱이 느껴진다. 백는 "중앙 백 세력이 겁난다면 실리를 달라. 그렇지 않으면 흑 두점이 온전치 못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李3단은 어림없는 소리 말라는 듯 73에 못을 박고 75로 실리를 챙긴다. 백의 요구를 정면으로 묵살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좀 심했던 모양이다. 李왕위는 76에 씌우는 통렬한 한수를 준비해 두고 있었고 이 한 수로 흑은 당장 피곤해졌다.

백에 흑이 몸을 사린다면 73 대신 74에 씌우면 된다. 귀의 실리는 물론 백 차지가 된다. 이세돌은 그런 후퇴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다만 75 이전에 <참고도1>처럼 흑1을 선수해둘 수 있다. 이 수는 A의 씌움을 어렵게 하는 수. 그러나 백은 이번엔 A 대신 4로 달린다. 이곳이 굉장한 급소라서 흑이 견딜 수 없다고 한다.

79로 끊었으나 80으로 더이상 수가 없다. <참고도2>처럼 두는 것은 백이 다 잡힌다. 부득이 81~85로 삶을 도모했으나 73, 75로 둘 때의 기상은 크게 꺾였다. 중앙을 봉쇄한 백의 다음 한 수가 어려운 대목. 李왕위의 온건한 기풍을 고려해 '가'가 유력하게 논의됐으나 李왕위는 강력한 86을 선택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dar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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