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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밑천이라는데 속 시원히 좀 압시다 국민연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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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6면

★ 단순비교 어렵지만 국민연금이 유리

국민연금과 개인연금 어떤 쪽이 더 유리할까. 현재 조건으로선 수익률이나 보장규모에서 국민연금이 우월하다. 安과장이 매달 22만8천6백원을 59세까지 내고 64세부터 15년 동안 매달 현재의 97만3천원에 해당되는 가치의 돈을 받는다면 수익률은 10.51% 가량 된다는 게 연금공단 측 설명이다. 은행에서 판매 중인 연금신탁이나 보험사의 연금저축은 수익률이 계속 변하는데 요즘은 6%대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장애나 유족에 대한 보장기능도 없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현재 체제를 계속해 유지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가입조건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긴 힘들다. 어차피 국민연금은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상품이니 여력이 있다면 개인연금도 가입해 노후를 조금이라도 풍요롭게 맞도록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월 납부 보험료 22만8천6백원, 노령 연금 매월 97만3천원…'.

안준철(36·사진) 극동건설 과장은 얼마 전 회사로 날아온 우편물 한 장을 유심히 들여다봤다.'국민연금 가입내역 안내서'였다. 매달 월급에서 적잖은 돈이 국민연금으로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갑근세며 주민세처럼 당연히 내야 하는 세금의 일종처럼 여겼을 뿐이다. 지금 낸 보험료가 나중에 연금으로 돌아온다지만, 너무 먼 미래의 일이라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안내서를 받고 보니 자신이 하고 있는 유일한 노후 대비가 국민연금에 돈을 내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월급 2백50만원으로 아내와 1남1녀 네 식구가 빠듯하게 살다보니 남들 다 든다는 개인연금도 엄두조차 못 내본 처지다. 그러고 보니 직장생활이 벌써 10년10개월째. 정년도 없는 요즘 세상에 언제 일을 그만둘지 모르는데 국민연금 밖에 믿을 구석이 없는 셈이다.

안과장은 흘낏 보고 버리던 안내서를 촘촘히 따져보기 시작했다. 도무지 이해 안 가는 숫자들이 가득 나열돼 있다. 마침 회사 건물 안에 국민연금관리공단(국번없이 1355,www.npc.or.kr) 지사가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참에 찾아가 궁금증을 속속들이 풀어보기로 했다. 그래야 나라가 자기 대신 노후 대비를 제대로 해주고 있는 건지, 지금이라도 개인적인 준비를 서둘러야 할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보험료 어떻게 매겨졌나>

▶안과장=내가 내는 보험료는 어떻게 정해진 건가. 38등급으로 분류돼 있다는데 내 보험료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

▷국민연금=직장에 다니는 가입자는 월 소득의 9%를 낸다. 회사와 본인이 반반씩 부담하니까 실제로 월급에서 떼는 돈은 4.5%다. 가입자는 소득수준에 따라 1등급(월 소득 22만원)에서 45등급(월 소득 3백60만원)까지 있다. 매달 내는 보험료(회사 부담분까지 포함)는 1등급이 1만9천8백원, 45등급은 32만4천원이다. 38등급 이상인 가입자는 전체 사업장 가입자(직장인)의 21%다.

직장에 다니지 않는 지역가입자는 올 7월부터 월 소득의 6%를 보험료로 낸다. 9%가 될 때까지 매년 1%씩 보험료 부담을 올릴 계획이다.

<중간에 회사 그만두면 어떻게 되나>

▶안과장=노령연금이 매월 97만3천원이라고 써 있다. 현재 등급으로 60세까지 가입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만약 중간에 회사를 그만둔다면 그 돈도 못 받는 것인가.

▷국민연금=노령연금은 가입자가 보험료를 내는 기간과 그 기간 의 평균 소득액에 따라 지급액 규모가 결정된다. 만약 중간에 회사를 그만두고 봉급이 더 많은 회사로 옮긴다면 보험료를 더 내게 되므로 지급받을 연금액도 많아진다. 반대로 봉급이 적은 회사로 옮기는 경우엔 보험료를 덜 내고 연금액도 적어진다. 직장을 다니지 않고 동네에 치킨집을 여는 등 창업을 한다면 지역가입자로 신분이 달라지지만 역시 소득 수준에 따라 보험료와 연금 지급액이 정해지는 것은 다름이 없다. 아예 실업 상태가 돼 돈을 못 벌면 '납부 예외자'로 분류돼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물론 그만큼 연금액은 줄어든다.

<기금 고갈돼 간다는데>

▶안과장=내가 연금을 받을 때쯤이면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돼 돈을 못받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계속 믿고 돈을 내도 되는 것인가.

▷국민연금=현행 연금제도는 보험료를 적게 내고 연금은 많이 받도록 설계돼 있어 앞으로 제도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50년쯤 후에 기금이 소진될 수 있다. 하지만 5년마다 개선책을 마련하기로 계획돼 있기 때문에 기금 고갈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연금은 세계 각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핵심적인 사회보장제도인데, 아직까지 기금이 고갈돼 연금을 지급하지 못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다만 앞으로 보험료를 더 많이 내고 연금액은 줄이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므로 젊은 세대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내게 무슨일이 생기면>

▶안과장=장애연금과 유족연금이란 무엇인가.

▷국민연금=가입 기간 중 장애등급 1등급(두눈의 시력이 0.02 이하로 감퇴되거나 두 팔과 두 다리를 쓸 수 없는 상태)이 된다면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20년간 낸 것으로 간주해 평생 연금을 지급한다. 장애등급 1~3등급에 속하면 장애가 있는 동안 평생 장애연금을 지급하고, 4등급의 경우엔 일을 계속할 수 있으므로 일시보상금만 준다. 가입자가 사망하면 다음달부터 부인에게 유족연금으로 지급한다. 부인까지 사망하면 자녀가 18세가 될 때까지 연금을 주는데 이때 연금액은 자녀수에 따라 똑같이 나눠 지급한다.

<퇴직금 전환금은 뭐냐>

▶안과장=안내서에 퇴직금 전환금이란 항목이 있던데 무슨 뜻인가.

▷국민연금=직장에 다니는 가입자의 경우 지금은 회사와 근로자가 반반씩 부담하지만 93년 1월부터 99년3월까지는 회사가 3분의 1, 근로자가 3분의 1을 내고 나머지 3분의 1은 퇴직금 준비금에서 곧장 국민연금 보험료로 전환했었다. 안과장의 경우 이 기간 중 전환된 돈이 2백36만원인데 퇴직금을 계산할 때 이만큼을 빼고 받게 된다. 이 제도는 99년4월 폐지됐기 때문에 더 이상 전환금이 늘어나진 않는다.

글 신예리·사진 박종근 기자

<국민연금은 어떻게 굴리나>

▶안과장=국민연금은 주로 어디에 운용하나. 수익률이 궁금하다.

▷국민연금=거둬들인 기금(8월말 현재 86조6천6백92억원)은 공공부문(35.7%)·복지부문(0.6%)·금융부문(63.7%)으로 나눠 운용한다. 공공부문은 농어촌 지원 등을 위해 공공자금에 예탁한 것인데 지난해 의무예탁제도가 폐지돼 2005년까지 전액 환수할 예정이다. 금융부문은 채권(89.3%)·주식(5.3%)·위탁투자(3.3%)·수익증권(0.5%)·벤처투자(0.1%)·단기자금(1.5%) 등에 분산투자한다. 차차 해외증권이나 부동산까지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88년 이후 29조원의 수익을 내 연평균 9.6%의 수익률을 올림으로써 지난해 기획예산처의 국내연기금 자산운용평가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올렸다.

<60세 이전엔 못받나>

▶안과장=노령연금은 꼭 60세가 돼야 받을 수 있나. 이전에 일을 못할 수도 있는데 그 전에 받을 수는 없나.

▷국민연금=노령연금은 최소한 10년 이상 가입한 뒤 60세부터 지급받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55세 이후 소득이 없는 경우 본인이 원하면 조기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다. 단 남보다 일찍 받기 시작하는 만큼 연금액은 60세 이후 받기로 예정됐던 금액에서 일정 비율로 깎여 지급된다.

예컨대 안과장이 55세부터 노령연금을 받는다면 97만3천원의 75%인 72만9천7백원을 평생 받게 된다. 56세부터 받는다면 80%, 57세 85%, 58세 90%, 59세는 95%를 받는다.

<그때가면 돈 가치 확 떨어질 텐데>

▶안과장=앞으로 20년도 더 지난 뒤 97만3천원의 가치는 지금의 몇분의 1로 떨어지지 않겠는가. 지금도 97만원으로 생활하기 힘든데 20년 후라면 최저생계비도 안될 것 같다.

▷국민연금=97만3천원은 현재의 가격으로 예시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소득상승률과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연금의 실질가치를 유지하도록 돼 있다. 우선 연금 지급액을 산정하기 위해 평균소득을 계산할 때 가입기간 중 전체 국민연금 가입자의 소득상승률을 곱해 연금을 지급하기 시작하는 연도의 가치로 재평가한다. 예컨대 1988년도에 소득이 1백만원인 사람이 2002년에 연금을 지급받기 시작한다면 그 사람의 평균소득을 1백만원이 아닌 3백45만7천원으로 계산한다. 이 기간 중 가입자들의 소득이 3.4배 올랐다고 보는 것이다. 또 이렇게 산정한 연금 지급액을 매년 물가변동률에 따라 조정하기 때문에 물가가 오른 만큼 연금액도 많아진다.

<받긴 받는 겁니까>

국민연금 측의 설명을 듣고도 안과장에겐 풀리지않는 의문들이 남았다. 지금은 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1천6백만명이 넘는데 연금을 받는 사람은 89만명밖에 안된다. 하지만 갈수록 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줄고, 연금을 받아가는 사람은 늘어날 것이다. 그래도 연금제도가 유지될 수 있을까. 전문가 두 사람에게 물어봤다.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금이 지급되기 시작하면 2048년께 국민연금 적립금은 고갈될 전망이다. 고갈을 막자면 현재 월 소득의 9% 수준인 보험료를 18% 이상으로 높이고, 생애 평균소득의 60%에 달하는 연금 지급액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40% 수준으로 낮추는 수밖에 없다.

<전문가에 물어보니>

◇김원식 건국대 사회과학부 경제학 전공 교수=젊은 세대들이 연금을 받을 때쯤이면 지금보다 수익률이나 보장기능이 크게 떨어지는 게 불가피하다. 게다가 보험료 부담도 너무 커져 젊은 세대가 감당할 수 없다며 반발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미리 미리 제도를 개혁해 나가야 한다. 국민연금을 기초 부문과 소득비례 부문으로 나눠 기초 부문은 지금처럼 정부가 확정된 급여를 보장하되 소득비례 부문은 기금운용 수익률에 따라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소득비례 부문은 개인의 선택에 따라 개인연금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 69년생 이후는 65세부터

지금은 60세만 되면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앞으론 그 시기가 점점 늦춰진다. 1998년말 법이 바뀌면서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를 2013년부터 5년마다 한 살씩 늘려 2033년엔 65세가 되도록 했기 때문이다. 안과장은 66년생이므로 64세부터 노령연금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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