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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에 IT 지능 입히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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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하지만 도로 관리 소홀도 이에 못지않은 비판을 받아야 했다. 인천대교에 수십 대의 폐쇄회로(CC)TV가 작동하는데도 도로에 멈춰선 고장 차가 16분 동안이나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천대교와 영종IC 등에 설치된 CCTV 23개를 확인하는 직원이 적어 CCTV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각종 사건·사고에서 CCTV는 현장 영상을 분석해 상황 파악과 사건 재구성, 범인 검거를 하는 데 큰 역할을 하지만 사건·사고의 예방 효과는 경고의 의미 외에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보안시스템을 잘 갖추더라도 한정된 인력으로 이를 활용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24시간 수십 개의 모니터 화면을 기계적으로 줄곧 들여다보는 일은 매우 힘들다. 특히 직원들의 업무 매뉴얼은 안개·눈·비처럼 자연적인 위험요소가 생길 경우 가장 취약한 지역을 주로 관찰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묘안은 없을까. 바로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정보기술(IT)이 해답이다. 공공장소의 방범이나 도로 모니터용으로 활용되는 CCTV는 아날로그 방식의 카메라가 상당수 비중을 차지한다.

시야각이 좁고 화질이 선명하지 못해 활용 범위가 좁다는 단점이 있다. 그에 비해 최근 발전하는 기술은 HD(고선명) TV급 화질을 자랑하는 네트워크 카메라를 탄생시켰다. 화질이 좋은 데다 디지털 기반으로 다양한 지능형 기능을 뽐낸다.

이번 사고도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앱)을 활용했다면 예방 가능한 사고였다고 본다. 카메라가 촬영해 전송하는 영상을 받아 분석하는 앱으로, ‘시스템 알람’ 기능 등과 연동할 수 있다. 흔한 기능의 하나가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체크해서 감지하는 것이다. 가령 이번 사고처럼 도로 한복판에 한동안 서 있는 자동차를 이 앱이 감지해서 담당자에게 알람을 보내도록 설정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택가의 한적한 곳을 한동안 배회하는 이가 있다면 가까운 경찰서나 모니터링 담당에게 자동적으로 연락이 가도록 한다든지, 비명 등 소리를 감지해서 자동 통보하도록 할 수 있다.

이처럼 HD TV급 네트워크 카메라는 화질이나 활용도 면에서 기존 아날로그 CCTV 시스템보다 장점이 명백하다. 다만 지방자치단체 등이 기존에 설치된 CCTV를 교체할 경우 비용부담 때문에 도입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비용만 따질 것이 아니라 총소유비용(TCO)이나 투자수익률(ROI) 측면에서 비용편익 분석을 해 봐야 한다.

예컨대 네트워크 카메라는 인터넷 IP 기반의 시스템에서 원가의 반을 줄일 수 있다. 인터넷망만 있으면 설치할 수 있고 추가 전력이 필요하지 않으며 조작도 쉽다. 케이블 배선 비용 또한 디지털 네트워크 카메라가 아날로그 방식에 비해 3분의 1 정도다.

저급 화질의 시스템은 초기 도입비는 저렴하지만 운영 관리 측면과 성능, 앱 개발 등에서 비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지자체 등 발주처가 도입비를 낮게 해 달라고 업체에 무리하게 요구할 경우 이에 맞추다 보면 제대로 된 시스템을 제공하지 못하기 일쑤다. 값싼 장비와 한정된 인력의 울타리 안에 갇히다 보면 불필요한 중복 투자나 잦은 유지보수로 결국 더 많은 비용을 들일 수 있다. 우리 주변 도처에 설치된 CCTV에 앞선 지능을 보태자. 그래야 CCTV가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예방 도구로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

*엑시스는 스웨덴의 네트워크 영상 감시 전문 IT 업체로, 20개 해외지사를 뒀다.

윤승제 엑시스커뮤니케이션즈 한국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