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번에는 민주당의 오만을 심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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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7·28 재·보선의 여당 승리는 유권자의 투표행위가 가지고 있는 ‘작용과 반(反)작용’의 흐름을 다시 한번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유권자는 2007년 12월 대선 때 충격적인 표차로 한나라당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켰고, 2008년 4월 총선에선 정권에 압도적인 의회 권력을 허용했다. 그러나 정권의 부실과 오만이 이어지자 유권자는 세 차례의 재·보선과 6·2 지방선거로 분명하게 응징했다. 그것은 민주당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한나라당에 대한 견제였다. 민주당과 친(親)전교조 교육감을 포함한 진보세력은 이 점을 깊이 새겼어야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또 다른 오만으로 이 메시지를 놓쳤다.

6·2 지방선거 이후의 양태는 국정의 발전적 개혁이라기보다는 혼란이었다. 민주당은 뿌리부터 정권 흔들기에 나섰다.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 소행을 인정하지 않고, 4대 강 개발사업을 뒤엎으려 했다. 교육현장은 진보세력의 정치 바람으로 마구 흔들렸다. 민간인에 대한 권력의 사찰, 영포목우회를 비롯한 사조직 파동, 여권 인사의 성희롱 파문 등은 분명 정권의 부실이요 악재였다. 그러나 민주당과 반(反)정부 시민단체는 합리적인 수준을 넘어 자극적인 정치 공세로 이를 활용했다.

민주당은 오만했다. 정권의 사찰 의혹을 조사하는 특위 위원장에 불법도청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전직 국정원장을 임명했다. 6·2 지방선거에서 효과를 보았다고 해서 이번에도 후보단일화를 급조하고 남발했다. 부재자 투표에서 유권자들이 이미 표를 던졌는데도 후보단일화를 해서 사표(死票)를 양산했다. 유권자가 정권의 실수보다는 민주당의 오만과 민주당으로 인해 초래된 혼란에 더욱 화를 냈다고 봐야 한다.

겉으로 보면 한나라당은 명백한 승리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또한 민주당에 대한 견제이지 여당에 대한 과감한 지지는 아닐 것이다.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으로서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겨우 회복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전통적 여당 지지기반이었던 강원도에서는 여전히 민주당이 강세를 보였다. 한나라당이 챙겨야 할 교훈도 역시 오만에 대한 경계다.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6·2 선거 이후 국민에게 약속한 충실한 개각과 국정쇄신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재오 전 의원의 국회 복귀에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많이 따른다는 걸 정권과 당선자는 유의해야 한다. 그가 권력의 중심부에 있었을 때 여권은 분열과 갈등을 겪었다. 대표적인 것이 2008년 4월 총선 때 있었던 친박(親朴)계에 대한 공천학살이다. 지금 국정쇄신과 여권 단합의 요체는 이명박-박근혜 화합이다. 이 당선자는 이 대통령의 최측근 권력으로 평가된다. 그가 어느 쪽에 서느냐에 따라 당내 화합과 2012년 대선 구도가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는 지난번 낙선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당시 유권자의 메시지는 오만하지 말고 공정과 화합을 도모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이제는 계파를 떠나 정권과 국가의 성공에 시선을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