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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다리 건설싸고 홍콩 두 재벌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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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홍콩=이양수 특파원] 홍콩의 정·재계가 홍콩(香港)-주하이(珠海)-마카오(澳門)를 잇는 강주아오(港珠澳)대교 건설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강주아오대교 건설계획은 중국 남부의 주장(珠江)경제권을 하나로 묶기 위해 30㎞의 바다를 횡단하는 Y자형 다리를 세우자는 구상. 대교가 건설되면 강(江)동쪽의 홍콩-선전(深?)-둥완(東莞)-광저우(廣州)와 서쪽의 마카오-주하이-중산(中山)-순더(順德)가 거대한 단일 경제권을 형성하게 된다.

<그래픽 참조>

중국 정부는 지난 14일 "3개 도시(홍콩·주하이·마카오)를 삼각 교통망으로 연결해 한시간 생활권으로 만들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하지만 1백50억 홍콩달러(약 2조4천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건설비와 특혜 시비에 대한 우려 때문에 더이상의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뜨거운 찬반논쟁=대교 건설을 주장하고 나선 사람은 건축가 출신인 후잉샹(胡應湘·고든 우) 허화(合和)그룹회장. 그는 지난해 8월부터 "홍콩 재계가 힘을 합쳐 민간자본으로 대교를 세우자"고 주장해왔다.

그는 중국의 도로·항만 건설에 상당한 투자를 했고,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政協)위원을 지낸 홍콩재계의 거물이다.

그의 반대편에는 홍콩의 최대 갑부인 리카싱 허치슨 왐포아그룹 회장이 서 있다. 리카싱의 오른팔로 알려진 후오젠닝(?建寧) 허황(和黃)집단 사장은 "자원 배분이나 투자효과면에서 대교 건설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달 초 후잉샹이 리카싱을 지칭해 "대교를 건설하면 선전의 옌톈(鹽田)항에 갖고 있는 (컨테이너 사업의)기득권에 타격을 받기 때문이 아니냐"고 주장하면서 대교 논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후오젠닝은 즉각 "(대교 건설이)홍콩의 컨테이너 업계에 타격을 주거나 정부에 재정지원을 요구해선 안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와중에 마카오의 도박 재벌인 스탠리 호(중국명 何鴻桑)가 "대교를 건설하면 개인차원에서라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혀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대부분의 홍콩 재계 인사는 "항만 관련산업에 타격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부 찬성'의 입장이다.

◇중국 정부의 원거리 지원=대교 건설 계획은 당초 중국측 아이디어다. 1993년 주하이 시당위 서기였던 량광다(梁廣大)가 대교를 건설하는 방안을 내놓았던 것.

홍콩·마카오 문제를 전담하는 싱크탱크인 '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연구중심'은 "몇 개의 인공섬을 세우면 투자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추진 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대교가 건설될 수역은 90% 이상이 중국 광둥(廣東)성 관할. 홍콩 언론들은 "결국은 주룽지(朱鎔基)총리가 결단을 내려야 할 사안"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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