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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산'난지도 희귀생물 보금자리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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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 공원을 찾으면 머리 위로 황조롱이가 날아다니고 공원 숲에서 소쩍새와 솔부엉이가 한가롭게 앉아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또 연못에는 시골에서도 자취를 감춰버린 맹꽁이가 노닐고 쇠백로와 중대백로도 눈에 띈다.

서울 난지도 '쓰레기 산'이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도심 속 생태계의 보고로 탈바꿈하고 있다.

15일 월드컵공원관리사무소가 공원 개원 5개월을 맞아 실시한 야생 동·식물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난지도 일대에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소쩍새·솔부엉이 등을 포함해 야생 조류 31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류 가운데는 꾀꼬리·파랑새·곤줄박이·붉은머리오목눈이도 있다. 또 두꺼비 등 양서류 7종과 쇠살모사 등 파충류 3종도 발견됐다. 물총새와 족제비의 서식 사실도 밝혀졌다.

이밖에 월드컵 공원 공사가 시작된 2000년부터 서울시가 꾸준히 나비를 방사해온 덕에 산호랑나비·네발나비·왕오색나비 등 수십여종의 나비도 난지도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난지도에 살고 있는 식물은 망초·개망초·서양벌노랑이 등 귀화식물이 많고 억새·띠·바위구절초·쑥부쟁이·벌개미취도 발견됐다.

이처럼 난지도가 서울의 야생 동·식물의 온상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은 쓰레기 침출수가 흐르던 난지천에 하루 5천t 정도의 한강 원수가 공급돼 하천 생태계가 복원된 데다 농약 등을 사용하지 않아 먹이사슬이 형성되는 등 동·식물의 서식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월드컵공원관리사업소 환경보전과 박웅빈 과장은 "난지도를 거점으로 한강 하류~불광천~향동천을 연결하는 생태계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이 일대는 서울의 새로운 야생 동·식물 생태공간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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