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황순원문학상]이렇게 뽑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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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제2회 황순원 문학상 본심 심사 과정은 3단계를 거쳤다.

첫 단계. 예심에서 뽑힌 작품 10편을 놓고 전체적 경향, 작가의 세대별 분포 및 완성도에 대해 장시간에 걸쳐 다각적으로 토의, 검증했다.

그 결과 다음 두 가지 일치점을 이끌어낼 수 있었는데, 이 나라 문학적 주류가 중·단편에 있다는 종래의 인식에 아무런 변함이 없었다는 사실이 그 하나이다. 문단 문학의 건재함이 그것. 다른 하나는, 이 점이 소중한데, 중견에서 원로에 걸치는 작가들이 건재하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창작집 한 권 이상을 낸 작가라면 누구나 이 상의 수상 대상으로 되어 있는 마당인데, 어째서 신인급이 한 사람도 후보작에 오르지 못했을까. 이는 단연 문제라 할 것이다. 위의 두 가지 사실은 황순원 문학상이 지닌 성격, 곧 창작집 한 권이 아니라 중단편 단 한 편에 큰 상금이 주어진다는 그런 사실과 연관시켜 생각해볼 성질이 아닐까 싶다.

둘째 단계. 각 심사위원이 의중의 후보작 한 편을 추천하기. 방식은 무기명 투표였으며 이 중 다수 득표작 3편을 문제삼기로 했는바, 그 결과는 김원일의 '손풍금', 신경숙의 '달의 물', 김인숙의 '숨은 샘'으로 나타났다. 문단 문학의 건재를 전제로 한 마당인 만큼, 심사위원들은 데뷔 순서에 따라 '달의 물' '숨은 샘' '손풍금' 순으로 소재, 기법, 작가적 개성, 완성도 및 그 의의를 논의했다.

'달의 물'이 지닌 강점은 작가적 개성과 제재 간의 호흡이 썩 유기적이라는 점에 있어 보였는데, 이는 농경사회 상상력의 빛남이라 평가되었다. 그러나 두 가지 점이 비판되었다. 구성의 느슨함이 그 하나이고 지나친 개인사적 노출이 다른 하나이다. '숨은 샘'은 '달의 물'과 무척 대조적이었다. 이른바 후일담 문학 범주에 드는 '숨은 샘'은 이 작가가 오랫동안 고민해온 과제에 이어져 있는바, 제재 자체가 지닌 무게 때문에 번번이 미완성에 그치곤 했던 종래의 단계에서 벗어나 드문 완성도에 이르렀다고 평가되었다. 후일담계의 한 단계 전진이라는 점에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으나, 너무 쉽사리 인생을 관조하는 데에는 또한 비판적이었다.

위의 두 작품을 하도 깊이 논의한 끝이라 '손풍금'의 차례에 이르자 그 장단점이 확연해졌다. 위의 두 작품에서 비판된 부분이 '손풍금'에 다 들어 있되 적게 들어 있고, 위의 두 작품의 강점들이 다 들어 있되 또한 많이 들어 있었다. 특히 기법상의 실험성이 높이 평가되었다. 셋째 단계. 위의 3편을 두고 최종 투표에 들어갔는데 그 결과는 '손풍금'의 최다 득표로 나타났다.

◇심사위원=김용성 김윤식 김치수 박완서 이문구 (대표집필:김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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