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소득세 연결 課稅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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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필자가 교수로 있던 미국 중서부 도시의 부동산 보유세는 과표 대비(과표는 시가와 거의 동일함) 2.5%였다. 예를 들면 시가 5억원짜리 주택의 경우 연 1천2백50만원의 보유세(재산세)를 부담하므로 투자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가수요는 원천적으로 발생할 소지가 없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보유세는 5억원짜리 아파트의 경우 용인의 신설아파트는 50만원에 이르나 강남의 30여평 아파트는 10여만원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 부동산 세제의 기본은 낮은 보유세와 높은 거래세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거래의 탄력성이 없어져, 부동산 붐이 일게 되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경향이 있다.

최근에 보유세를 올리자는 재정경제부 안에 행정자치부는 조세저항을 이유로 반대하다가 여론에 밀려 투기지역의 재산세를 올리고, 국세청도 기준시가를 인상하기로 했다. 이 조치로 당분간 부동산 시장은 진정되겠지만 이는 거래의 억제를 통한 규제이므로 미봉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조세저항을 없애면서 보유세를 올림으로써 부동산의 가수요를 차단하는 방법은 없을까. 필자는 보유세를 시가의 1% 정도 수준으로 일시에 올린 뒤 올린 부분은 종합소득세(또는 근로소득세)에서 차감시켜주는 방법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강남의 5억원짜리 아파트의 재산세가 현행 연간 20만원에서 5백만원으로 증액되면, 증액된 4백80만원은 소득세에서 동일한 금액을 감면시켜주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정상적으로 열심히 일해 세금을 내는 납세자들에게는 추가 부담이 없이 혜택이 돌아가지만,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고 음성적인 소득으로 고가의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은 이에 상응하는 보유세(재산세)를 납부토록 하는 방안이다.

이를 실행하려면 몇 가지 고려사항이 있다. 우선 면세점 이하의 저소득층을 감안,일정 규모 이하의 소형주택은 1%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자. 만일 열심히 일한 후 은퇴하여 단지 집 한채를 갖고 있다면 어떠한가. 이 경우 일정조건이 만족될 경우 퇴직금이나 이자소득 등 인정할 수 있는 공제항목을 확대해주면 될 것이다. 또 재산세는 지방세지만 소득세는 국세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정부보조금의 조정이나 정책조정 등으로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 토지의 기준시가 총액은 1천4백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며, 건물분까지 합치면 2천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러한 부동산에 대한 보유세 중심의 세제 개편은 궁극적으로 제한된 국토의 투기장화를 막는다. 보유세를 시가 대비 1%만 거두면,재산세 감면을 고려해도 세수(稅收)가 10조원 이상 증가한다. 이 재원으로 정부는 계층간 위화감 방지를 위한 다양한 정책, 예컨대 저소득층 임대주택 건설, 노인복지시설 확충 등과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 등 실제적인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벌일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더욱 두터워진 저소득층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전셋값 때문에 점점 서울에서 멀리 쫓겨나가고 있다. 여론에 밀린 대안 없는 세제 개혁으로 무작정 보유세를 올리는 것보다는 보유세의 현실화를 통해 확보된 재원의 적절한 투자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 외환위기 이후 소외된 계층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실행해야 할 것이다. 또 아직도 기업경쟁력이 취약해 투하된 자산의 자본비용조차 벌지 못하는 상장기업이 과반수나 되는 현 실정에서 부동산 가격의 하락은 기업의 생산요소 비용을 하락시켜 기업경쟁력을 한 단계 제고할 수 있는 원천이 되며,근로자들의 임금상승 압박 요인을 없애는 선순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결론적으로, 소득세와 연계된 재산세의 대폭 상승을 통한 부동산의 가격 안정화는 계층간의 위화감을 줄이고, 부동산 가격 상승의 최종 부담자들인 우리 후세들의 어려움도 덜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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