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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강균의 … ' 7일밤 방송 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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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 MBC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 TV화면. 이 프로그램 진행자 신씨는 7일 보직을 사퇴했다.

MBC 강성주 보도국장과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의 진행자인 신강균 차장, 이상호 기자가 건설업체 태영에서 술 접대와 외제 고급 핸드백을 받았다가 뒤늦게 돌려준 사실이 밝혀졌다. 강 국장과 신 차장은 파문이 일자 7일 보직을 사퇴했다.

MBC는 7일 사전 녹화한 '신강균의 …'의 7일 밤 방송분을 내보내지 않고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했으며, 세 명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MBC는 또 7일 밤 '뉴스데스크'를 통해 "물의를 빚은데 대해 시청자 여러분께 깊이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MBC 구본홍 보도본부장은 이날 "오늘 아침 강 보도국장이 찾아와 모든 일을 털어놓았다. 자체 조사 결과 강 국장과 신 차장, 이 기자는 지난해 12월 24일 서울 시내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건설회사 태영의 변탁 부회장과 저녁 식사를 함께했으며, 헤어질 때 변 부회장에게서 시가 100만원 상당의 구찌 핸드백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강 국장과 신 차장은 핸드백을 다음날 직접 변 부회장에게 돌려줬으며, 이 기자는 사흘 뒤 우체국 택배로 돌려주었다고 MBC 측은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은 이 기자의 개인 블로그(www.leesangho.com)를 통해 처음 밝혀졌다. 이 기자는 12월 28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 '기자와 아내'에서 건설회사로부터 촌지성 명품 핸드백을 받은 후의 심정을 토로했다. '기자와 아내'는 순식간에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이 기자는 이후 블로그의 해당 글을 지웠지만 이미 다른 사이트에 옮겨진 글을 본 네티즌의 접속이 폭주해 한때 서비스가 중단됐다.

'기자와 아내'에서 이 기자는 12월 24일 방송사 선배에게서 "저녁을 내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 시내 최고급 레스토랑인 약속 장소에 나갔더니 방송사의 다른 선배와 함께 내가 고발한 건설회사 사장이 나와 있었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전에도 수차례 '태영 측에서 한번 보자는데 함께 나가지 않겠느냐'는 선배의 부탁이 있었지만 거절했다고 블로그에 썼다. 이 기자와 동행한 방송사 선배는 강 국장과 신 차장이었고, '건설회사 사장'은 태영의 변 부회장이었다.

이 기자는 '술자리가 벌어졌지만 자리를 박차고 일어설 만큼 나는 무모하지 못했다'고 적었다. 그리고 그 자리 구석에 세 개의 쇼핑백이 준비돼 있는 것을 보았다며 '선배의 처사를 이해해보려 했지만 왠지 모를 처연함에 목구멍이 간질거렸다.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끓어 올랐다'고 밝혔다. 태영은 이 기자가 '신강균의 …' 프로그램을 통해 문제 삼았던 방송사 SBS의 모기업이다.

MBC의 세 사람은 술자리가 파할 때 쇼핑백을 하나씩 받았으며, 안에는 구찌 핸드백이 들어 있었다.

이 기자는 글을 블로그에 올린 직후 미국 출장을 떠났으며, 9일 귀국할 예정이다. MBC의 진상조사 결과 변 부회장은 강 국장의 문경중 선배이자 신 차장의 경동고 선배였다. 술자리는 강 국장이 변 부회장의 부탁을 받고 주선한 것으로 드러났다. MBC 노조 관계자는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관련자들을 엄정하게 처리할 것을 회사 측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MBC는 '신강균의 …'의 진행자를 교체하기로 했지만 이 프로그램이 타 언론사의 도덕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해 왔다는 점에서 파문이 더욱 커지게 됐다.

백성호 기자

*** 사건 단초된 MBC - SBS '물전쟁'은 …

'구찌 핸드백 사건'의 실마리가 된 '물 전쟁'은 무엇일까.

매주 금요일 밤 방영되던 MBC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이 SBS의 모기업 태영과 관련한 비리 의혹을 보도한 것은 지난해 10월 22일부터 세 차례(3주)였다. MBC와 SBS가 각각 '소유지분 문제''땅투기 의혹'을 놓고 치열한 상호 비방전을 벌인 뒤끝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신강균의 …'은 10월 22일 SBS 연중 캠페인 '물은 생명이다'와 태영의 하수처리 사업 사이의 '커넥션' 의혹을 제기했다. SBS가 캠페인을 통해 특정 지역 수질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면 태영이 그 지역의 하수처리장 공사권을 따냈다는 것이다. 당시는 지상파 방송 재허가 추천 심사가 진행 중이던 민감한 시기였다.

이에 대해 SBS는 "캠페인 이후 태영의 물 관련 사업 수주는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반박했지만 '신강균의…'의 '태영 때리기'는 계속됐다. 10월 29일 '태영 그룹과 SBS'로 SBS 뉴스의 주주 관련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데 이어 11월 5일엔 '태영 자본의 특혜 의혹' 을 내보냈다. 세 기사 모두 이상호 기자가 취재, 보도했다. 당시 '신강균의…' 제작진은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했다"고 주장했지만 '신강균의…'의 태영 관련 보도를 'SBS 죽이기'로 해석하는 시각도 많았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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