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수익성 빈약… 기관·외국인 외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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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코스닥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11테러 이후 종합주가지수는 가파르게 올랐으나 코스닥지수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왜 그럴까. 그리고 언제쯤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까. 전문가 3인의 대담을 통해 그 답을 찾아본다.

대담에는 코스닥위원회 정의동 위원장, 미래에셋증권 김경모 연구원, 동양종합금융증권 김미연 연구원이 참석했다.

김경모 연구원은 "기업 실적이 회복되고 있다는 시그널(신호)이 없는 가운데 주가조작 사건·루머가 잇따르면서 투자심리가 아주 위축된 상황"이라면서 "게다가 시장의 에너지(돈)가 풍부하지 않아 유동성 장세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김미연 연구원은 "1998년 이후 벤처 붐을 타고 갑자기 대거 등록된 코스닥 기업들이 돈을 제대로 벌어들이지 못하는 가운데 향후 성장성도 위협받고 있으며 '무늬만 벤처'인 기업들이 너무 많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정위원장은 "검증되지 않은 기업들이 한꺼번에 코스닥 시장에 진입하다 보니 뒤늦게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는 과정이다. 시장의 건전성·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각종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만큼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코스닥 시장이 거래소보다 침체된 이유는.

김경모:기업들 간에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 대형주들은 수익성·성장성을 인정받으면서 투자가들로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반면 코스닥 기업의 수익성은 여전히 취약하다. 게다가 외국인들이 같은 업종이라도 거래소 우량주를 먼저 사다보니 코스닥 기업은 매수 순위에서 뒤로 밀리고 있다.

김미연:거래소시장의 대표주인 삼성전자는 최근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도 많은 이익을 낼 것으로 보여 추가 상승 가능성을 크게 보는 투자자들이 많다. 그러나 코스닥의 대표주인 다음·새롬기술 등은 아직도 이익을 제대로 못내다보니 주가가 과연 오를 수 있는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많다. 또 코스닥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90%를 넘어 안정성 측면에서 취약하다.

-코스닥 기업의 현재 상황은.

김경모:많은 등록기업이 내수시장 의존도가 높고 대기업에 납품을 많이 한다. 결국 대기업들이 정보기술(IT)투자를 늘리지 않으면 코스닥 시장의 실적은 좋아지기 힘들다. 또 과거 공모·증자로 벌어들인 현금으로 버티는 가운데 확실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많은 IT기업들이 돈되는 사업이라고 하면 앞다퉈 뛰어들고 있기 때문에 향후 수익성도 좋아지기를 기대하기 힘들다.

-코스닥 시장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

정의동:등록·퇴출 기준을 더욱 정교하게 고쳐 시장의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 주가조작에 관련되거나 실적이 형편없는 기업들을 시장에서 퇴출시켜 많은 기업에 경종을 울릴 방침이다. 구체적으론 등록기업이 퇴출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이상매매가 적발되면 즉시 시장에 알리겠다.

김경모:기업의 코스닥시장 진입장벽을 높게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코스닥 시장 진출이 어려워지면 공모를 통한 자금조달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덩치가 크고 실적이 좋은 기업을 1부시장에서 거래하도록 하고, 나머지 기업들은 2부시장에서 거래하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됐으면 한다.

-투자자들한테 바라는 게 있다면.

김미연:기업들이 돈을 제대로 벌고 있는지 또는 능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등을 정확히 파악한 뒤 투자해야 한다. 또 단기재료 등에 민감하게 반응해 투자하면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다.

정의동:코스닥위원회 홈페이지(www.kosdaqcommittee.or.kr)에 수시로 발표하는 기업 정보를 꼼꼼히 확인한 뒤 투자했으면 한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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