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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1년]2,801명 희생자 명단 낭독에 울음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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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9·11테러 1주년 추모행사가 열린 11일 뉴욕과 워싱턴을 비롯한 미국 전역은 또 다시 깊은 슬픔에 잠겼다.

○…뉴욕시는 이날 오전 1시(현지시간) 5개구의 경찰악대가 각각 백파이프와 드럼으로 장중한 진혼곡을 연주하며 '그라운드 제로'(세계무역센터 붕괴현장)로 이동하면서 추모행사를 시작했다. 행렬이 참사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8시. 숙연한 분위기 속에 장내가 정리된 뒤 세계무역센터(WTC) 북쪽 빌딩에 납치된 여객기가 충돌한 시각인 오전 8시46분, 희생자를 위한 1분간의 묵념이 있었다. 이어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과 조지 파타키 뉴욕 주지사가 짧은 연설을 했고, 참사 당시 뉴욕시장이었던 루돌프 줄리아니가 희생자 2천8백1명의 명단을 낭독하면서 식장은 오열로 뒤덮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로라 부시 여사도 이날 이른 아침 백악관 근교의 세인트존스 교회에서 희생자 추모 기도회에 참석한 데 이어 오전 8시46분엔 백악관 잔디밭에서 1분간 묵념에 동참했다. 오후엔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해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으며, 오후 9시엔 대국민 TV연설을 했다. 부시 대통령은 12일엔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테러와의 전쟁을 다시한번 강조할 예정이다.

○…이날 추모행사는 뉴욕 시민들이 잠들어 있던 시간, 지구 반대편에서 먼저 시작됐다. 가장 일찍 11일을 맞은 뉴질랜드와 남극기지에서 희생자들을 위해 모차르트의 레퀴엠(진혼곡)을 연주했던 것. 남극의 연구기지에 근무하는 미국 과학자들은 이날 동이 트자마자 레퀴엠을 연주하며 고인들을 추도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미 대사관 깃대 아래에 WTC 잔해 조각을 묻는 기념행사가 있었다.

○…뉴욕 한인사회에서도 잇따른 추모행사가 열렸다. 뉴욕·뉴저지주의 종교계는 18명의 한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사를 열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날 교황청에서 "테러는 인류분쟁을 해결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시간은 모든 것을 치유한다'는 러시아 말이 있지만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며 위로전화를 했다. 헬렌 클라크 뉴질랜드 총리는 이날 미국 대사관 뜰에서 기념식수를 하며 "이날의 비극은 우리의 기억에 영원히 새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독일·프랑스·유럽연합(EU)은 11일 성명을 발표, "슬픈 마음으로 비극의 날을 생각한다"며 조의를 표했다. EU는 또 "올바른 국제질서 구축을 위해 EU는 9·11테러 이후 형성된 미국 주도의 연대에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워싱턴=심상복·이효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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