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노무현·정몽준 풍자 유머집 나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KBS 방송 '개그 콘서트'의 개그 작가 장덕균(37)씨가 이회창·노무현·정몽준 세명의 대선주자를 대상으로 한 유머집을 냈다.『대쪽이야 개쪽이야 회창이』 『노풍이야 허풍이야 무현이』 『용꿈이야 개꿈이야 몽준이』(국일 미디어·사진)가 책 제목이다.

KBS에서 '회장님 우리 회장님' '탱자 가라사대' 등을 집필한 장씨는 정치 풍자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로 통한다. 1993년 현직이던 김영삼 대통령을 풍자한 『YS는 못말려』는 50만부가 팔렸다.

이번 책에서도 일류·학벌을 중시하는 이회창 후보, 거친 어투의 노무현 후보, 부잣집 아들 정몽준 의원을 비틀고 있다.

『대쪽이야…』는 빌라 파동·병역 문제 등 李후보의 가족 이야기가 많다. 호화빌라가 문제가 되자, 李후보는 비서를 불러 "당장 빌라를 처분하고 한 칸짜리 집을 알아보게"라고 물었다. 비서가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한 칸짜리로요?"하고 묻자, 대뜸 "2백평짜리 원룸으로 알아보란 말이야"라고 소리쳤다는 것.

며느리의 하와이 원정 출산 의혹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기자가 李후보에게 "원정 출산에 대해 미리 알고 계셨습니까?"라고 묻는다. 의외로 李후보는 "그렇습니다"고 대답했다. 놀란 기자가 "알고도 가만히 계셨습니까?"라고 하자, 李후보는 "난 부곡하와이에서 애 낳을 줄 알았지…진짜 하와이 가서 애 낳을 줄 알았나?" 했다.

간담회가 끝나고 李후보가 꺼냈다는 말. "서울대 출신은 요 앞 뷔페집으로, 고려대는 지하 분식집으로 가주세요" "총재님, 지방대 출신은 어디로 갑니까" "여기 누구, 도시락 준비 안했나?"

말투가 투박해 구설에 오르는 노무현 후보에 대해서는 말 실수를 문제 삼는 소재가 유독 많다. 부산 유세 도중 "×팔려"라는 비속어를 써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측근들이 앞으로는 자제해 달라고 부탁하자 盧후보도 공감하며 약속했다. 그러나 돌아서며 중얼거린 말, "아이씨, 뚜껑 열려."

지지도가 떨어지자, 盧후보가 'TV 3자 토론'을 이회창 후보에게 제안했다. 李후보가 "TV에 나간다고 뭐가 자신 있나?"라고 묻자, 盧후보는 "야자(존칭을 생략하고 마구 말하는 것)타임이 자신 있다"라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주름살 때문에 고민하다 보톡스 시술을 받았다는 부분도 풍자거리다. 의사가 盧후보에게 말하길 "어쩌다가 주름살이 많게 됐습니까", 盧후보가 어렵게 입을 열며 "우리 어머니께서 절 낳으려고 힘주시다가 하도 힘들어 잠깐 쉬셨습니다"라고 말했다는 것.

정몽준 의원을 다룬 책에서는 아버지 정주영 회장과 같이 등장하는 대목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김정현의 소설 『아버지』를 읽고 감동받은 鄭의원이 슬프게 울고 있었다. 며칠 전 대선에서 패배해 실의에 찬 鄭회장이 들어오다 "너 왜 우니?"라고 하자, 鄭의원은 "『아버지』때문에요"라고 대답했다. 鄭회장이 벌컥 화를 내며 "이 다음에 네가 대통령 하면 되지, 울긴 왜 울어?"라고 말했다.

축구와 얽힌 이야기도 많다. 鄭의원이 길을 가는데 소녀들이 몰려왔다. 鄭의원은 "애들까지 내 사인을 받으려고 난리군"이라며 흐뭇해 했다. 그러나 소녀들 왈, "아저씨,김남일 선수 사인 좀 받아주세요." "전 송종국요."

작가 장씨는 "슬그머니 정치 코미디 코너와 프로그램이 없어지곤 하던 풍토가 사라지고 정치 풍자가 한국땅에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홍수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