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고혈압 뛰어넘기:중풍·심근경색… 합병증이 더 무섭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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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2면

직장인 J씨(32·서울 구로동)는 올 초부터 가슴이 답답한데다 짧은 거리를 걷고도 숨이 차는 증세를 보였다.

그는 "계속되는 야근·술자리·스트레스로 그러겠지"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지난 달 갑자기 가슴이 터질 듯한 통증을 느껴 응급실에 후송됐다. 검사결과 심장 혈관 중 하나가 막힌 심근경색으로 판명됐다.

회사 간부인 K씨(54·서울 강남구)는 고혈압으로 진단받은지 10년 이상 됐지만 약 복용을 게을리했다.

'고혈압 쯤이야'하고 하찮게 여기던 그도 가슴에 통증이 와 병원을 찾았다.

K씨는 고혈압을 홀대한 '죄'로 협심증·심장비대(肥大)·고(高)지혈증·신장기능 저하 등 온갖 고혈압 합병증을 이미 앓고 있었다.

고혈압은 그 자체가 생명을 앗아가지는 않는다.

정작 무서운 것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수년 또는 수십년 후 발병하는 합병증들이다.

◇가장 무서운 합병증,중풍=뇌졸중(중풍)은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고혈압 합병증이다.

고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박창규교수는 "뇌졸중은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혀 생기는 병으로 고혈압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7배"라고 경고했다.

60세 이상 노인은 혈압을 낮추는 것만으로 뇌졸중 위험을 34%,심혈관질환 위험을 19% 낮출 수 있다는 외국의 연구결과도 있다.

연세대 의대 서일 (예방의학)교수는 "한국인 11만여 명을 조사한 결과 뇌출혈 발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고혈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인에 비해 최고혈압/최저혈압이 1백40~1백59/90~99인 사람은 뇌출혈 발생 위험이 5배,1백60~1백79/1백~1백9이면 10배,1백80 이상/1백10 이상인 사람은 33배나 높았다"고 조언했다.

◇생명을 위협하는 심혈관질환=혈압은 성인 돌연사를 일으키는 협심증·심근경색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고혈압 환자가 이러한 관상동맥 질환에 걸릴 위험은 정상인의 3배.

한림대 성심병원 순환기내과 임종윤 교수는 "협심증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해주는 관상동맥의 벽에 찌꺼기(콜레스테롤)가 쌓여 혈관이 좁아진 것"이라며 "심장근육에 산소부족이 일어나 가슴이 조여들고 무거운 돌로 누르는 듯한 통증이 온다"고 말했다.

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 심장 근육이 썩는 것으로 심한 통증 후 급사할 수도 있는 위험한 질환. 고혈압을 방치하면 심장에 높은 압력이 가해져 심장벽이 두꺼워지고 심장이 커진다.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심장이 지쳐 펌프 기능이 약해진다.이에 따라 심장에 들어오는 혈액을 제때 퍼낼 수 없으므로 혈액의 수분이 연약한 폐조직으로 스며들게 된다.

이른바 심부전이다. 고혈압 환자는 심부전 발생률이 정상인에 비해 4배나 된다. 심장이 커지면 움직일 때 숨이 차며, 안정을 하거나 잠잘 때도 숨이 차 오른다.

◇신장·눈도 손상시켜=고혈압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신장 혈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노폐물 배설 능력이 떨어지고, 신부전증에 걸리게 된다.

고혈압은 또 망막의 미세혈관도 망가뜨린다. 이는 시력 장애로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15년 이상 고혈압 상태면 망막증 가능성이 크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박정의교수는 "고혈압 합병증은 젊은 나이에 고혈압 판정을 받은 사람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며 "여성보다는 남성, 당뇨병·고지혈증·비만·흡연자의 합병증 발생위험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합병증이 일단 발생하면 정상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정기적인 혈압 측정이 필수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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