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정치드라마 영웅시대·제5공화국 '대이은 외압설'

중앙일보

입력

현대사를 다룬 MBC TV 드라마 두 편이 '외압설' 논란에 휩싸였다.

현대.삼성가와 박정희 전 대통령 등이 등장하는 '영웅시대'(이환경 극본, 소원영.박홍균 연출)는 뚜렷한 이유 없이 다음달 조기 종영될 예정이고, 2월 말 첫 방영될 예정인 '제5공화국'(유정수 극본, 임태우 연출)은 벌써부터 외부 압력설이 돌고 있다.

'영웅시대' 작가 이환경 씨는 "지난해 12월말 MBC 고위관계자에게서 2월 둘째 주 방영분까지만 집필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경영진도 정확한 이유를 설명해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MBC는 2일 '영웅시대' 출연자와 스태프들에게 "드라마의 경쟁력이 없다. 일단 2월 중순까지만 방송하겠다"고 통보했다. 지난해 7월 5일 첫 방송된 대하드라마 '영웅시대'는 당초 올해 6월까지 방영될 예정이었다.

작가 이씨에 따르면 MBC는 2월부터 방영될 예정인 이 드라마의 베트남 현지 촬영분 제작을 지원하지 않고 있어 실질적으로 종영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의 태국 진출과 삼성 계열 한국비료의 사카린 밀수사건을 다룬 4일 '영웅시대' 시청률은 17.2%였다.(TNS미디어코리아 조사)

MBC는 최근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시트콤 '조선에서 왔소이다'와 아침 드라마 '빙점'을 조기 종영한 바 있지만, 20% 가까이 시청률이 나오는 드라마를 조기 종영한 경우는 없어 의문을 낳고 있는 것이다.

MBC 박종 제작본부장은 "'영웅시대'가 평가도 좋지 않고 쓸데없는 오해도 받는 것 같다"면서도 "아직 조기 종영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등 현대.삼성가의 인물들과 박 전 대통령, 이명박 서울시장의 과거 활동상을 다룬 이 드라마는 방영초부터 해당 기업과 정치권의 민감한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한편 '제5공화국' 역시 직.간접적인 외부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7일 연합뉴스가 전했다. 6일 충북 청원 청남대에서 진행된 촬영에서 한 관계자는 "관련 인물 측에서 대본을 구해 보고 '그런 말 한 적 없다. 고소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식의 압력을 전해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아직 연출진이 직접적인 압력을 받지는 않았지만 방송사 고위층이나 고문 변호사측으로 연락이 간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제작진은 최대한 객관적인 자료에 입각해 제작하는 동시에, 대본을 자문변호사에게 감수받고 있다. 연출자 임태우 PD는 "법률적인 논란 여지를 검토하지만 그 외 것들은 돌파해 나가겠다. 논란을 피하려고 다 잘라낸다면 정치드라마로서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제5공화국'은 10.26 사태 이후 12.12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전 대통령 시기를 배경으로 한 정치드라마로,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등 실존인물들이 대거 등장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이 그려질 예정이다.

디지털 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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