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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정보 소수독점 사라진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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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11월부터 시행되는 공정공시제도는 증시에 큰 변화를 몰고올 전망이다. 우선 개인투자자들이 정보를 뒤늦게 아는 바람에 손실을 보는 일이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는 기업 정보를 모든 투자자에게 동시에 알려줘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내부 정보를 이용한 주식 불공정거래가 많이 줄어들 전망이다. 정보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도 개별 기업의 고급 정보를 얻는 일이 훨씬 어려워져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한편 논란이 됐던 언론에 대한 정보 제공은 취재 목적일 경우에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알 권리'를 우선한 결정이지만 취재 목적 여부를 가리는 판단 기준이 주관적이어서 적용 과정에선 논란이 예상된다.

◇주요 내용=지금까지 공시제도는 기업 정보를 속이지 않고 정확히 알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공정공시는 이런 정보를 많은 투자자에게 공평하게 알려주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상장·등록 법인의 임직원은 물론이고 기업으로부터 특정 업무를 위임받은 회계법인 등도 입조심을 해야 한다. 지주회사가 자회사 관련 정보를 선별적으로 제공했을 때도 책임을 져야 한다.

이들이 미리 정보를 줄 수 없는 대상은 증권·투신사 임직원, 기관투자가,증권정보사이트, 회사주식 보유자 등이다. 그러나 돈을 끌어쓰기 위해 정보 제공 금지 대상 외의 특정인에게 비밀 보장을 약속받고 사업계획을 알려주는 것은 허용된다. 언론에 대한 정보제공은 취재 목적에만 국한되며 기자회견·보도자료 내용 등은 곧바로 시장에 알려야 한다.

공시는 증권거래소의 전자공시시스템 등을 통해 하게 되며, 기업설명회(IR)처럼 발표 자료 분량이 많을 경우에는 요약본으로 공시하는 것도 허용된다. 해당 기업의 홈페이지에는 원문 및 요약 자료를 게시해야 한다. 취재에 응해 언론에 정보를 주는 것은 허용되지만 금융감독원은 조회 공시를 적극 활용해 정보의 진위 여부를 투자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야간이나 오찬 간담회 등에서 정보를 제공했을 때는 거래소 공시시스템 상 개장 전 공시가 가능한 오전 7시30분까지 신고해야 한다.

만약 단순한 실수로 정보를 줬을 경우엔 당일 거래소 등에 신고해야 한다. 내부 직원이 의도적으로 정보를 준 사실이 드러났을 때는 임원이 이를 알았는지가 관건이다. 제공 사실을 임원이 몰랐다면 그 근거를 제시하고 제공 사실을 알게 된 날 공시를 통해 알려야 한다.

처벌 수위는 일반 공시 위반의 절반이라고 보면 된다. 관리종목 지정·상장 폐지 등의 조치를 내릴 때 공정공시를 두번 위반하면 일반공시를 한번 위반한 것으로 간주한다.

상장기업의 경우는 공정공시를 위반하면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돼 하루 동안 매매가 정지된다. 이런 일이 1년간 네번 반복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관리종목이 된 후 6개월 내에 또 공시를 위반하면 시장에서 퇴출된다.

◇증시 영향과 전망=애널리스트들은 이제 진검승부를 벌여야 한다. 지금까지는 기업 임직원과의 친분이나 소속 증권사의 지명도를 이용해 기업 정보를 미리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이런경우 남들보다 더 정확하고 빠른 분석을 할 수 있었다.

내부 정보를 이용한 주식 매매도 크게 제약되는 반면 개인투자자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지나친 정보 관리로 정보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고 기업의 부담이 늘어나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SEC 조사에 따르면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의 69%가 제도 시행 후 시장정보의 질이 떨어졌다고 답했다. 그러나 기업 IR 담당자 및 전문가의 80%가 제도 시행 후 정보의 양이 비슷하거나 늘었다고 답해 시각차를 보였다.

관건은 이 제도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금감원은 일단 증권거래소나 증권업협회의 자율 규제를 통해 자리를 잡아 가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공정공시 위반 관련 제보자에 대한 포상제도를 마련할 것"이라며 "시행 실태를 점검한 후 필요하다면 형벌이나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거래소와 협회가 만들 제도 운영 기준이 얼마나 세밀할지가 관건이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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