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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2여성이변해야한국이산다]여성 편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 대학병원 간호사 김모(27)씨의 토로다.

"지난달 한 중년 주부(51)가 무릎 골절상을 입어 입원했다. 담당 의사로 여의사가 배정되자 환자 가족측은 처음부터 못미더워하는 눈치였다. 입원한 지 두 주가 지났는데도 환자에게 별다른 차도가 없자 환자의 딸이 '왜 여자 의사를 보내줘 병만 키우느냐, 당장 남자 의사로 바꿔달라'고 항의했다. 그 여의사가 전문의 생활 10년의 베테랑이라는 설명도 소용없었다."

여성 스스로가 양산하는 여성에 대한 편견은 사회 곳곳에서 발견된다.

여성의 역량을 여성 스스로가 믿지 못할 뿐더러 이런 불신을 확대 재생산하는 데 나서기도 한다.

중앙일보 조사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정치적 능력(또는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여성 절반 가까이(47.2%)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여성이 여성 정치인에게 표를 주지 않는다는 사회 통념은 바로 이런 여성들의 의식에서 상당 부분 기인한다.

그렇다 보니 계층간 또는 직업별로 여성들 사이의 반목과 질시가 존재한다. 특히 전업주부와 취업주부 간의 편견과 오해가 많다.

취업주부는 전업주부를 놓고 '가정에 안주하려는 안방 마님'식으로 간주하면서 가사노동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반대로 전업주부는 '가정과 아이를 팽개치고 밖으로만 다닌다'며 취업주부의 사회적 성과를 경시한다.

박모(38·경기도 용인시 수지읍)씨는 "신문이나 주변에서 성공한 남자 얘기를 접하면 존경심이 들지만, 성공한 여성 얘기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분명 독신이겠지, 인물이 한몫 했을거야, 아니면 가정생활은 엉망일거야'라는 식으로 폄하하게 된다"면서 "같은 여자라 고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데도 오히려 여자들이 나서서 여자들 흠을 잡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시리즈 기획 자문위원(가나다순)=강혜련(이대 경영학과 교수) 김성수(산부인과 전문의) 이숙영(LG CNS 상무) 이혜경(여성문화예술기획 대표) 장혜경(여성개발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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