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포퓰리즘에 전국 개발 말뚝 … 후유증 앓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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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정자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7층 이지송(사진) 사장의 책상에는 수백 건의 사업검토 보고서가 수북이 쌓여 있다. LH가 전국에서 진행 중이거나 진행할 예정인 414건의 프로젝트에 대한 보고서다. 이 사장은 “이들 사업을 예정대로 모두 진행하려면 420조원이 필요하다”며 “현실적으로 돈을 댈 방법이 없고 무엇보다 적자가 뻔히 예상되는 사업을 그대로 진행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LH가 전면적인 사업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은 수익성이 불투명한 사업을 강행할 경우 LH의 자금 사정이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LH가 성남시 재개발 사업지 3곳에 대해 사업 포기를 성남시에 통보한 것을 놓고 정치적 해석이 많은데.

“일부에서는 최근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에 대한 LH의 반격이라는 말이 있는데 잘못된 생각이다. 공적인 일을 하는 LH가 감정에 따라 사업을 포기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성남시와 대립각을 세울 이유도 전혀 없다.”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되는데도 사업을 포기한 이유는 뭔가.

“성남시 재개발 사업장 3곳은 재개발을 진행할 경우 해당 지역 주민들의 금전적 손실이 불가피한 사업장이다. 예를 들어 재개발 이후 1억원짜리 집이 1억5000만원으로 가치가 올라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9000만원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LH만 손실이 난다면 감수하겠지만 지역 주민들의 손실까지 방치할 수 없고 특히 국가경제가 멍들지 않게 하려고 내린 결정이다.”

-추진 중인 다른 사업까지 버릴 정도로 상황이 나쁜가.

“그럴 수밖에 없다. 지난해 취임 이후 휴일을 반납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해 사업검토 보고서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답답할 뿐이다. 과거 정권 10년간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에 의해 전국에 무분별하게 개발 말뚝을 박아온 후유증이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LH가 지난해 7월 착공한 경기도 성남시 중동3재개발구역. 주택시장 침체 등으로 분양가를 확정하지 못해 착공 1년이 지나도록 아직 일반분양하지 못하고 있다. [LH 제공]

-어떤 사업장이 구조조정 대상인가.

“지난 10년간 LH가 집행한 토지보상금이 82조원이다. 건전한 경제적 활동에 투입된 돈이 아니라 공중에 떠도는 자금이다. 개발 공약이 남발되면서 이 돈 중 일부가 부동산 시장에 다시 유입돼 땅값을 올려놨다. 현 시세대로 개발예정지의 토지보상금을 지불할 경우 LH의 적자가 불가피하다. 사업을 늦추든가, 규모를 줄여야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사업 구조조정을 하려면 지방자치단체나 정치권의 외압,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찮을 것 같은데.

“각오하고 있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임기 동안 편하게 지내고 싶은 유혹이 왜 없겠는가. 그러나 방치하기에는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후손에 큰 죄를 짓는 일이기 때문에 서두를 수밖에 없다. 국가 경제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구조조정의 총대를 멜 수밖에 없다. 시간이 나는 대로 해당지역 주민들을 만나 상황을 전달하고 설득할 것이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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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前] 현대건설 대표이사사장

194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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