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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어캣 세대, 3대 스트레스는 취업 > 학점 > 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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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학생들이 ‘미어캣’을 닮게 만든 3대 요인은 취업·학점·돈이었다.

전북대 사회학과 설동훈 교수팀의 ‘한국 대학생의 의식과 생활’을 조사한 결과다. 전국 10개 대학 1~4학년 남녀 학생 640명의 면접 설문에서 대학생들은 “취업(60.5%)-학점(54.5%)-돈 문제(47.4%)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취업과 학점 다음으로 ‘돈 문제’가 비슷한 수준의 스트레스인 것은 1년에 1000만원을 육박하는 대학 등록금 때문이다. 김가경(20·숙명여대 교육학과 2)씨는 “나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번다”고 말했다. “등록금이 너무 비싼데 부모님께 용돈까지 달라고 하기 미안하다”는 것이다. 2004년 본지가 실시한 대학생 조사에서 가족 수입의 10%를 용돈으로 쓰는 ‘캥커루족’이 대세이던 것에서 달라진 것이다.

학생들의 3대 고민은 비슷한 불만과 맞닿아 있다. ‘요즘 대학생들의 가장 큰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 “취업만 생각한다(39.2%)”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개인주의적이다(24.0%)’ ‘정치에 무관심하다(11.0%)’는 지적이 뒤를 이었다.

취업·학점·돈이라는 스트레스는 캠퍼스에 ‘5-3-2-1의 법칙’을 만들었다. 1학년 땐 5명이 다니다가 2학년 때는 3명, 3학년 때는 2명, 4학년이 되면 결국 혼자가 된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학년이 높아갈수록 어학 연수나 기업 인턴 등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거나, 학비를 버는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하나둘 떨어져 나간다.

캠퍼스 커플인 문준영(26·전북대 사회학과 4)씨는 “취업·등록금 같은 큰 문제를 고민하다 보니 다른 데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구희령·정선언·김효은 기자

미어캣(meerkat) 몽구스과의 포유동물로 주로 남아프리카의 사막 지대에 산다. 자칼 등 맹수를 경계하기 위해 사막 한가운데에 두 발을 들고 서서 보초를 서듯 사방을 살핀다. 별명은 ‘사막의 파수꾼’. 독에 면역이 있어 전갈이나 뱀을 먹어도 중독되지 않는 강한 생존력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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