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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침새책편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강절소 선생이 이르셨다. 하늘의 들으심이 고요하여 소리가 없으니 푸르고 푸른 저곳 어디를 뒤져 하늘이라고 할 것인가? 높은 것도 아니고 먼 것도 아니니 모두가 사람의 마음에 있는 것이다(康節邵先生曰 天聽寂無音 蒼蒼何處尋 非高亦非遠 都只在人心)

『명심보감』(안병욱 외 해설, 현암사)

꼰대 시늉한다고 나무라지 마세요. 한문이나 우리 글로 쓰여진 것보다 꼬부랑 글씨를 더 많이 읽고 번역해온 저랍니다. 그쪽으로 손이 더 자주 가는 게 인지상정일 텐데, 아닌 걸요. 초등학교 들어가기도 전에 이 글을 외웠어요. 우리 어머니, 고갯마루에서 한숨 돌릴 때마다 "후유, 남무관세음", 나는 "후유, 도지재인심". 뒷날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만든다(一切唯心造)"는 말이 있다는 걸 알고 무지 놀랐지요. 이 송나라 학자의 성이 강씨(康氏)인 줄만 알았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소씨(邵氏). '강절(康節)'은 그분의 시호(諡號)였던 것. 아이고 쪽팔려. 하지만 '아픔 없이는 성장도 없는 것(No pain, no gain)'.

이윤기<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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