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뚫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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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태풍 '루사'가 할퀴고 지나가면서 엄청난 피해를 본 강원도 동해안 지역에서 복구 장비와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진입로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태풍으로 강릉시 강동면,삼척시 도계읍·근덕면, 동해시 삼화동·부곡동 등지에서는 수많은 도로가 유실되거나 끊겨 2만여명 이상이 5일째 고립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릉시 강동면 인곡리의 경우 군선강의 범람으로 진입로가 끊기자 일부 주민은 왕복 6시간이 걸리는 30리 길을 걸어 손전등·라면 등 긴급 생활용품을 구입, 등짐으로 나르고 있는 실정이다.

인근 모전리 등 진입교량이 주저 앉은 지역에는 굴착기나 덤프트럭 등의 중장비가 접근하지 못해 전기와 통신 두절사태가 계속되면서 복구작업은커녕 피해 사실조차 알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삼척지역의 미로면·신기면·가곡면·노곡면 등 37개 지역 주민들도 지난달 31일부터 통신두절과 정전 등으로 고립된 채 외부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

강원도 재해대책본부 관계자는 "상황이 위급한 고립지역과 연결된 도로들이 복구돼야 장비와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데 굴착기·덤프트럭 등 중장비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의 고립지역 주민들도 마찬가지 다. 영양군 석보면 택전리 미실마을로 들어가는 길 5㎞가 폭우와 산사태로 아예 사라져 주민 30여명이 5일째 황톳물로 밥을 지어 먹으며 길이 뚫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4일 현재 강원·전북·경북 등 16개 지역 3만7천여명이 교통두절로 고립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헬기 20대를 동원해 생수·쌀·라면 등을 이들 지역에 공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릉=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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