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실리콘밸리의 대부 윌리엄 밀러 스탠포드大 명예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9면

"인터넷 경제가 단기 이벤트에 그칠 것이란 일부의 예상은 비즈니스 측면에서 극히 위험한 생각입니다."

미국 실리콘 밸리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 미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윌리엄 밀러(77·사진) 명예교수는 3일 기자간담회에서 "인터넷을 통한 경제활동은 여전히 세계 경제의 큰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의 닷컴기업 몰락과 인터넷 거품 논쟁에 대해서도 "지난 2백년을 돌아보면 기술 발달 과정에서 거품 논쟁이 벌어지는 것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며 "일정 기간 침체기를 거친 후 다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붐(boom)-파산(bust)-구축(build)'에 이르는 이른바 3B 단계론을 펼치며 "인류 역사를 이끈 중요한 기술에 바탕을 둔 산업은 모두 이 과정을 거쳤고, 인터넷 기술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거품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세계 IT를 선도하는 실리콘 밸리는 1970년대 초 국방과학기술에 바탕을 둔 '첫번째 물결'을 시작으로 IC 상용화에 따른 '제2 물결', PC보급에 따른 '제3 물결'에 이어 지금은 인터넷이라는 '제4 물결' 속에 있다"고 덧붙였다.

IT산업이 언제 회복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밀러 박사는 "2003년 말께에야 회복이냐 침체냐의 큰 흐름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에 주목했다. 그는 "90년 중국에서 판매된 PC가 50만대에 불과했지만 2000년에는 7백만대로 급증했다"며 "중국이 수년 내 IT산업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업발전에 있어서 클러스터(Cluster)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서울의 테헤란 밸리나 대전 대덕 밸리는 훌륭한 소프트웨어·하드웨어 클러스터"라고 말하고 "한국이 IT분야에서 앞서 있기는 하나 국내 시장이 작으므로 세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국제적인 제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새로운 기술혁신은 무선인터넷 등 정보통신 기술의 진화,바이오 칩 등 바이오기술, 나노 테크놀로지의 분야와 이들 각 분야가 융합하는 과정에서 나올 것이므로 한국도 이 분야 기술개발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밀러 박사는 지난 2000년 한국 IT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은 바 있으며 이번 방한 기간 중에도 정보통신부·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 IT산업 발전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염태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