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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루사'안타까운 죽음 2題]"산골 주민들의 일꾼이었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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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폭우로 야산이 무너지면서 흙더미가 집을 덮쳐 두 자녀와 함께 하나님 곁으로 간 전북 무주군 무풍면 마덕마을 '주님의 교회' 홍칠만(洪七萬·41·사진)목사의 빈소가 차려진 무주장례식장. 신도들은 도로가 끊기는 바람에 빈소를 찾지 못했고, 친척 10여명이 洪씨와 그의 아들(4)과 딸(11)의 영정을 쓸쓸히 지키고 있었다. 함께 매몰됐다가 극적으로 구조된 부인 박효심(朴孝心·35)씨는 충남대 병원에 입원, 치료 중이다. 친구집에 놀러 갔다가 폭우로 귀가하지 못해 화를 면한 큰딸(12)은 하루종일 아빠를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전남 승주 출신인 洪목사가 무주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은 1992년.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목회 활동을 하다가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살겠다'는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교회의 신도도 20여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는 마을주민 모두를 친부모나 친형제처럼 여겼다.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주민들을 위해 해마다 서울·대구 등 대도시의 의료봉사단을 데리고 와 무료 진료 활동도 벌였다.

무주=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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