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江 따라 5천리 도보답사 신정일 황토현문화연구소장『한강 역사…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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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자동차로 여섯시간 남짓 걸리는 한강 1천3백리(약 5백14㎞)길을 열엿새 동안 걸어서 답사한 신정일(辛正一·48) 전주 황토현문화연구소장.

그는 최근 한강 도보답사기 『신정일의 한강역사문화탐사』(생각의 나무 刊)를 펴냈다. 『금강 401㎞』『섬진강 따라걷기』에 이어 세번째 펴낸 강 답사 책이다.

辛소장은 2000년 9월 금강을 시작으로 섬진강·낙동강·만경강·동진강 등의 우리 강을 따라 걸어 왔다. 이번에 책을 펴낸 한강은 지난해 4~9월 한달에 사흘 정도 꾸준히 걸어서 답사했다.

재야 사학자인 辛소장이 '강 따라걷기'에 나선 이유는 뭘까.

"강은 모든 것을 받아들여 껴안고 더 큰 세상으로 흘러가지요. 역사와 인간의 흐름을 강에서 배웁니다."

그가 차를 이용하지 않고 굳이 걷는 이유는 강 전체를 구석구석 들여다 보기 위해서다. 제 발로 강변을 밟아야 강에 어려있는 역사와 삶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믿음이다.

"김포에서 보구곶리까지는 강을 따라 철조망이 쳐져 있어요. 철조망에 가리워진 강물을 보면서 분단의 현실을 뼈아프게 느꼈습니다."

10분이면 갈 거리를 물길을 따라 두세시간 돌아가면서 배우는 마음은 辛소장의 이력에서도 읽을 수 있다.

생활 속에서 역사를 바로 알리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그는 중·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졸업하고 독학으로 역사를 공부했다. 1985년 황토현문화연구소를 세우고 동학농민혁명 바로 알기 운동을 꾸준히 펼쳐 추모비 건립 등의 성과를 거뒀다. 89년 시작한 문화유산 답사는 얼마전 1백29회를 맞았다. 92년 전라세시풍속보존회를 만든 뒤에는 절기마다 정월 대보름놀이·칠월 백중놀이 등의 맥을 잇고 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천천히 꿈을 이룬 것이다.

이달 25일에는 닷새 일정으로 영산강을 답사할 계획이다.

"대동강·압록강 등 북녘에 있는 여섯개 강도 걸어서 답사하고 싶어 10월에 방북신청을 할 생각입니다."

'신(新)택리지'를 쓰고 싶다는 그의 답사 일정은 끝없이 이어질 것 같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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